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일문일답] 그레그 전 대사 "바이든, 더 대담한 대북해법 제시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94세 老외교관의 조언…"팔짱만 끼고 있으면 대북문제 해결 못 해"

연합뉴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부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주 아몽크 자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와 부인 마거릿 여사. 2021.10.24. koman@yna.co.kr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94) 부부는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아몽크의 전원 마을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외부 활동을 줄인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연례 만찬에 참석했다.

기자가 만찬 자리에서 처음 만난 그레그 전 대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며칠 후 자택을 방문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오전으로 잡힌 인터뷰 시간이 길어질 것을 예상해 샌드위치 등 그레그 대사 부부와 함께 할 간단한 식사 거리를 챙겨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부인 마거릿(91) 여사는 "손님에 대한 한국식 대접 방식이 아니다"라며 백반을 오찬으로 준비했다.

한국에 대한 그레그 전 대사의 애정과 관심은 인터뷰 곳곳에서 드러났다.

1951년 미 중앙정보국(CIA)에 들어가면서 아시아 담당 업무를 맡기 시작한 그는 "한국과 관련한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에 앞서 10년간 일본에 주재했던 그레그 전 대사는 '시마구니 곤조'(島國根性·섬나라 근성)라는 일본어를 언급한 뒤 "일본인은 편견과 섬나라 근성이 있지만, 한국인은 해학능력이 있고 마음을 쉽게 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해법에선 상상력을 볼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결국 북미간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무엇이 이유라고 보나.

▲ 그건 신뢰의 문제다. 신뢰는 모든 협상의 기초다. 그러나 지금 북미관계에는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뢰를 형성할지 고민해야 한다. 신뢰는 단지 테이블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네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말할 필요가 있다.

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자, 우리는 이것을 주겠다. 그러니 협상을 진전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자"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선 먼저 북한이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 미국 정부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난 현재 미국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각오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조 바이든은 아직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힘과 권한을 사용하는데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바이든은 아주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그저 그런 평범한 대통령에 그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그럴 의지가 없다면 그저 그런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더 대담하고 더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길 바란다. 위험부담도 각오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있어 보이나.

▲ 지금으로서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최악의 대통령이었다.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잘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중국이나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의 현안이 시급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뒤로 밀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 수많은 현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겪는 일이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그 많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자원을 배분해야 할지, 무엇을 강조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잘 파악한 거 같지는 않다. 미국이 북한 문제에 팔짱만 끼고 있어선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북한은 이미 상당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개발했다. 현재 보유한 능력을 순순히 포기할 리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은 북한을 완전하게 파괴할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북한도 미국을 절대 적으로 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국을 친구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런 점은 미국 정부 입장에선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지만, 만약 북한이 핵 능력을 사용한다면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라고 설득과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협상을 잘한 것 같지 않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할 경우 비핵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경제 문제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과거에도 이런 의제들이 대화에 올랐지만 접근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미국 정부의 해법에선 상상력을 볼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흥미로운 제안이다. 종전선언이라는 개념도 훌륭하다. 다만 종전선언이 성사되려면 국제사회의 지지와 함께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종전선언이 한반도 분위기를 바꿀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진 미국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반향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 현재 꽤 역할을 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 위원장은 미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다. 북한이 손에 쥔 협상 카드 자체는 크게 좋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 카드를 가지고 나름대로 훌륭하게 난관을 헤쳐왔다.

미국도 좀 더 건설적일 필요가 있다. 북한을 도와야 한다.

kom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