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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리창에서 전력을 공급한다?…우리 기술이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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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원 60주년 맞은 전력연구원 김태균 원장

"탄소중립, 수소·암모니아 '무탄소 연료 기술'에 주목하라"

뉴스1

김태균 전력연구원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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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화두다. 올해 개원 60주년을 맞은 우리 연구원도 그동안 한국전력공사의 설비 고장과 진단, 효율향상 등의 연구들을 해왔는데 이제는 탄소중립이 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가 연구하는 일이 탄소중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래세대에 어떻게 기여할까 늘 고민한다. 나름대로 탄소중립 로드맵도 만들었고, 내년을 대비한 여러 과제들을 기획하고 준비 중에 있다."

지난 8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태균 전력연구원장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연구원도 지향점을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내부 조직 개편은 물론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새로운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에도 착수했다.

김 원장은 향후 우리가 확보해야 할 기술로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탄소포집·활용 및 발전효율 향상이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이같은 핵심 기술 중에서도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 기반발전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원장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력가스화(P2G·Power to gas) 시스템을 이용해 대용량·장주기 에너지저장에 대해 연구 중"이라며 "P2G 시스템은 전력계통에서 수용할 수 없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저장하거나 생산된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메탄으로 전환해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연구원에서는 현재 발전사와 협력해 금속 소재의 산화(수소) 및 환원(이산화탄소) 순환반응을 이용한 블루수소 생산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외에도 다목적용 MW 수전해시스템 구축 등 수소 생산 및 활용 기술 연구에 나서고 있다.

그는 안정적인 저탄소 전력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암모니아 발전에 대해서도 "유독성 물질이라 법제도가 개선되어야 하지만, 일본의 성공 사례가 있는 만큼 우리도 12월부터 암모니아를 20%까지 혼소하는 실증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암모니아는 상온에서 쉽게 액화하고, 단위 부피당 1.7배 수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대량 운송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암모니아가 에너지 저장고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이를 안전하게 운송 및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뉴스1

한전, 세계 최고 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 News1 박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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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기술은?…습·건식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및 태양전지 기술


전력연구원의 대표기술 중 하나는 습식과 건식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이다.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 기술(CCUS)는 배기가스 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뽑아내 유용한 물질로 바꿔 활용하는 기술로 탄소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원은 이미 2000년 초부터 액체와 고체형태의 탄소 포집 물질을 개발했고, 현재는 국내 최대규모인 10MW급 이산화탄소 포집 시험설비를 보령과 하동 발전소에 직접 설치해 운영 중이다.

김 원장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만시간 장기연속운전을 달성해 장기운전 신뢰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면서 "앞으로는 LNG(액화천연가스)에 대한 탄소 포집 연구를 하려고 한다. 석탄화력발전소 배기가스의 이산화탄소는 함량이 14~15%인데 비해 LNG는 4~5% 밖에 되지 않아 LNG에 적합한 새로운 탄소포집 흡착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이 곧 체감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기술인 '유리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기존의 태양광 패널이 건물 옥상 등에 설치되는 형태였다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는 유리창이나 외벽으로 활용이 가능해 건물 밀집이 많은 도시에서도 유용한 친환경 발전 수단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원장은 "미래에는 전기를 쓰는 곳, 즉 수요지에서 발전을 하는게 좋다. 유리창에서 발전을 한다면 몇 GW의 전력을 송전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 기술은 세계에서 저희가 1등이다. 이미 실험실에서 완성한 수준이고, 기업들이 상용품을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양전지가 반투명해 미관상에도 보기 좋고 차광효과도 있다"며 "조만간 전력연구원 건물에 유리창으로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김 원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체적인 전력시장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관련해선, 사견을 전제로 "배전망운영자(DSO) 도입이 필요하고, 망 중립성이 꼭 지켜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하고 있지만, 중립적으로 배전망을 운영할 전담이 따로 없어 학계 등을 중심으로 계통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DSO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기술의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으나 단지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규격화·표준화 등 관련 제도 시행에 있어 신재생발전소의 발전량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적으로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발전사업자에게는 발전 제한량에 대한 보상규정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기술로 개발할 부분과 법 제도로 보완할 것은 해야 한다. 기술만으로는 너무 어렵다"며 "법 개정과 제도개발에는 국가의 공익차원에서 여러 유관기관의 협력과 참여가 절실하다. 연구소에서도 열심히 연구개발을 하겠지만, 제도 개선이 발 맞춰 나가야 탄소중립이 성공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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