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세계 모든 게 바뀔 거다" 초인플레이션, 트위터 CEO 경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잭 도시 트위터 CEO.[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갈수록 퍼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슬로플레이션(느린 성장+물가상승)에 이어 하이퍼인플레이션까지 거론되고 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모든 걸 바꿀 것이다.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트윗을 남겼다. 추가 답글로 “이것(하이퍼 인플레이션)은 곧 미국 그리고 세계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연간 수백 퍼센트 이상으로 물가가 오르는 초(超)인플레이션 현상을 말한다. 화폐가 사실상 휴짓조각처럼 가치를 잃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 201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7건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중앙일보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거리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그려진 벽화가 그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대표적 국가는 베네수엘라다. 4년 넘게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지속한 베네수엘라는 최근 화폐 개혁을 시행했지만, 상황 타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말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550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도시 CEO의 주장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 CNBC 방송은 “전문가 대부분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지나치다고 본다”며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충분히 제어할 수단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준비 중인 도시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부각하기 위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한다.

중앙일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노동부]


도시의 경고는 역설적으로 시장에 퍼진 인플레이션 공포를 보여준다. CNBC는 “도시의 하이퍼인플레이션 경고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물가상승 문제가 악화할 거란 우려 속에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 9월 CPI 상승률은 5.4%로 5개월 연속 5%를 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12월 CPI 상승 전망이 5.25%로 나왔다”며 “10~11월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1991년 이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최장기간 5%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

천연가스 가격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가를 끌어올리는 건 몸값이 치솟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다. 22일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 상승한 배럴당 83.76달러로 2014년 이후 최고가다. 천연가스 가격도 이날 100만 BTU(열량단위) 당 5.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보다 2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에 ‘에너지 무기화’ 우려도 나온다. 아랍 산유국의 집단행동으로 벌어진 1970년대 오일쇼크가 50년 만에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최근 화석연료 가격 폭등의 배후라 지목하는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유럽 천연가스 수입량의 50%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중앙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이 천연가스 배송관인 ‘노르트스트림2’ 개통을 승인하는 즉시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유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유럽의 자멸적인 탄소중립 정책이 에너지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 압박에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FT에 따르면 미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지난주 미국 내 10개 제품군 가운데 9개 가격을 인상했다. 펩시는 내년 1분기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도 23일 미국 내 차량 가격을 2000∼5000달러씩 인상했다. 기업의 가격 인상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를 키우고, 이에 다시 물가를 올릴 수 있다. 이른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 효과다.

중앙일보

치솟는 국제유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급해지는 건 각국 중앙은행이다. 앞다퉈 돈줄 죄기에 나섰다. 국제결제은행(BIS) 따르면 38개 주요 중앙은행 중 이미 13개 중앙은행이 올해 들어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달에만 뉴질랜드, 폴란드, 루마니아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내년 중반으로 봤던 연준(Fed)의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2일 BIS 콘퍼런스에서 “공급 제약과 높은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수개월 동안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통화 정책 긴축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