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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팩트체크] 코로나 예방 위해 마스크 내내 쓰는데 독감 접종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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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조치 효과로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 급감

전문가들 "위드코로나로 개인방역 느슨해질 경우 대비해 맞아야"

"코로나-독감 교차접종 문제없지만 간격은 두는 게 좋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겨울철을 앞두고 방역당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더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까지 권고하고 있으나 망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된 탓에 독감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는데 굳이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온라인 카페 등에는 "작년 코로나 시작되고는 마스크 쓰고 생활하니 유딩 초딩 아이들 감기 한 번 안 걸렸는데 올해는 독감주사 건너뛰고 싶다" "마스크 항상 쓰고 다니고 친구들도 안 만나는데 굳이 맞힐 필요가 있을까 싶다"는 글이 올라온다.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논란 탓에 백신에 대한 경계심까지 생겨 더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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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6개월∼13세 어린이 독감백신 접종 시작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김학원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어린이가 독감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코로나19 방역 덕분에 독감 등 호흡기 질환 급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난해부터 독감 발생이 급감한 것이 사실이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예년 같으면 독감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 국내 외래환자 1천명당 독감 의심 환자(인플루엔자의사환자 발생분율)는 1.2~3.3명을 기록했다.

이는 독감 유행 판단 기준인 5.8명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엔 6.3~49.8명까지 치솟았다.

독감 발생이 급감한 것은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손 씻기 등 코로나19 방역 조치 덕분이다.

독감뿐만 아니라 다른 호흡기 환자도 급감했다.

침방울(비말)이나 공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인 홍역은 2019년 194건에서 지난해 6건으로 줄었다가 올해 들어선 신고 사례가 아직 없다.

수두, 백일해, 성홍열, 유행성이하선염 등 잘 알려진 다른 호흡기 감염병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수두는 2019년 8만2천868건에서 지난해 3만1천430건으로 62% 감소했다.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1만6천196건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었다. 백일해는 2019년 496건에서 지난해 123건으로 75% 급감했고 올해는 현재까지 11건에 그쳤다.

성홍열은 2019년 7천562건에서 지난해 2천300건으로 70% 줄고 올해는 현재까지 552건이 신고됐다. 유행성이하선염은 2019년 1만5천967건에서 지난해 9천922건에서 38% 줄었고, 올해는 10월까지 6천8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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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독감 무료 예방접종 안내
[촬영 안철수]



◇ 위드코로나 이후 '트윈데믹' 위험에 대비해야

현재까지 추세로 볼 때 독감은 올해도 크게 유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독감 의심환자 수는 외래환자 1천명당 1.0명 선으로 2019년 같은 기간 3.4명~4.2명은 물론 지난해 동기 1.2~1.7명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 접종을 판단할 때 현재 정부와 방역당국에서 저울질 중인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달라질 방역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더라도 한동안 마스크 의무 착용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1년 반 이상 심한 제약을 받았던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거리두기 등 개인 방역이 훨씬 느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감염내과 최희경 교수는 "작년은 독감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독감 예방을 위해서도 마스크,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이나 거리두기가 중요한데 지난해보다 이미 많이 느슨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의 위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열, 기침, 오한 등 초기 증상이 코로나19와 같아 검사를 받기 전엔 구분이 어려운 독감이 함께 유행하게 되면 어렵게 유지해온 국가 방역체계의 부담이 커지면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인석 교수는 "11월부터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 식당과 카페 같은 데서 마스크를 벗고 얘기를 나누고 회식도 할 텐데 그러다 보면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며 "정부 당국도 코로나19와 독감 둘 다 유행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 대응력이 떨어져 유행이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의 잦은 변이로 인해 예측이 중요한데 지난해 독감이 유행하지 않은 탓에 데이터가 부족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희경 교수는 "지난해 독감을 건너뛴 다음이라 유행이 더 크게 올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수록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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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 달 초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할 때 먼저 식당·카페 등 생업시설에 대한 운영시간 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시행 시기는 11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24시 영업' 문구가 적힌 서울 시내 한 식당 앞. [연합뉴스 자료사진]



◇ "코로나-독감 교차접종 괜찮지만 시차 두고 맞아야"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데 따른 부작용 우려도 여전하다.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백신 전반에 대한 경계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두 종류의 백신을 교차 접종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연구보고는 없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동재준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좋다는 지침을 내놨다"며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코로나19 백신도 100% 안전해서 맞는 게 아니다. 독감에 노출됐을 때의 위험에 비하면 상대적 이익이 크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는 거다. 독감도 과거 코로나19 같은 취급을 받았던 질병이고 사망자도 많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드코로나 시행과 함께 마스크를 벗는 인구가 증가하면 독감 감염자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취약한 학생들은 독감 감염 가능성이 특히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종류 백신을 시차를 두고 맞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했다.

임인석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곳에서도 같이 맞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겨울을 안전하게 넘기려면 11월 안에는 맞는 게 좋고 걱정되면 며칠 간격을 두고 접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희경 교수도 "인플루엔자 백신은 오랫동안 맞아왔기 때문에 안정성이 있지만 2주 정도 접종 간격을 둘 필요가 있다"며 "맞아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우려에 비해 안 맞아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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