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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올해의 건축문화인상] MBC 구해줘!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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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다가구·다세대·연립 등

의뢰인들 삶 고려한 맞춤형 집 소개

도시의 다양성 키우기에 주도적 역할

올해 30년째를 맞이한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올해의 건축문화인상’ 수상자는 MBC의 예능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다. 역대 건축문화인상은 대부분 건축사나 학자 등 개인이 수상했던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고도 이례적인 수상이다. 이는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이 단순히 TV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본래의 역할을 넘어 국내 주거 문화, 나아가 건축과 도시 문화의 개선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 2019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구해줘! 홈즈는 의뢰인의 니즈에 딱 맞는 집을 구해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부동산과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진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120회가 넘는 방송을 이어왔다.

구해줘! 홈즈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인 아파트 뿐 아니라 단독주택, 빌라 등 다양한 집들을 소개한다. 이 때문에 아파트 일변도였던 국내 주택 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올해의 건문화인상을 심사한 심사위원진은 "구해줘! 홈즈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소개해 이파트에 매몰된 도시 주거 문화에서 탈피하는데 기여했다"며 "방송을 통해 새로운 도시주거문화 창출에 이바지 했다"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구해줘! 홈즈는 아파트가 아닌 다른 형태의 주택을 소개할 때 시청자들이 이를 단점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보편적이지 않은 구조의 집을 소개할 때 ‘술래잡기 집(남양주 편)’ 등 별명을 붙여 단점이 아닌 개성을 지닌 집이라는 점을 제시하는 식이다. 임경식 MBC 구해줘! 홈즈 PD는 “생소한 공간 구조를 지닌 주택을 소개할 때는 시청자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면을 놓고 이리저리 고민하기도 하고, 3차원 스캔 등 여러 장치를 동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구해줘! 홈즈는 의뢰인이 원하는 단 하나의 집을 찾기 위해서 여러 단계의 작업을 거치고 있다. 우선 의뢰인과 심도 깊은 인터뷰를 통해 소개할 주택이 담고 있어야 할 특징 중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 이후에는 작가들이 그 지역을 일일이 이 잡듯 뒤진다. 120회 이상 진행되면서 부동산 네트워크도 생겨 구해줘! 홈즈에 맞는 집을 구비해 놓고 있다가 제작진에게 미리 알려주는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적당한 주택이 후보군으로 선정되면 제작진이 회의와 답사를 통해 3~4번의 필터링 과정을 거치며 의뢰인에게 최종 선택을 받는 후보를 선정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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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아파트 외 주택을 하나의 주거문화로 수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제작진들의 이같은 노력에다 의뢰인들 개개인의 사연이 더해지면서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구해줘! 홈즈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시아버지가 편안히 삶을 마무리하실 수 있는 집을 찾고 싶다는 며느리가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이들이 최종 선택한 집은 아파트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시장의 관점에서는 주택의 선택기준은 입지나 교육환경, 투자가치 등이 지배적으로 꼽히지만 의뢰인들의 입장에서는 가족이 여생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동시대인인 의뢰인이 상황에 맞는 집을 찾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집의 조건이 아쉬울 때는 함께 아쉬워하고, 꼭 맞는 집을 발견해 의뢰인이 즐거워할 때는 함께 즐거워하게 된다. 이같은 경험이 쌓이며 시청자들도 사회에 팽배한 주택 선택에 대한 기준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제작진들 역시 2년 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면서 집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됐다고 한다. 임PD는 “나한테 맞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라며 "명품 옷만이 좋은 옷은 아니고 편하게만 입는 운동복이 좋은 옷이 아니듯 그때그때 맞는 옷 같은 집이 가장 좋은 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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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유형을 넘어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넓힌 점도 구해줘! 홈즈가 올해의 건축문화인상을 받는 요인이 됐다. 제주도 올레길 편에 나온 해녀집이 대표적이다. 이 집은 우리나라 해녀1호상을 받았던 해녀가 생전에 거주하던 집이다. 평범한 구조를 가진 집이었지만 창 바깥으로 본 풍경이 아름다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주택 자체를 화려하거나 독특하게 설계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집과 외부의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지느냐에 따라 집의 성격이 또 바뀐다는 점을 소개한 에피소드로 꼽힌다. 도시와 자연 등 주변 환경과 공존하고 때로는 녹아들어야 한다는 건축 이론의 중요한 개념을 TV 예능프로그램이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셈이다.

이에 구해줘! 홈즈 프로그램은 건축사들의 활동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번 수상을 결정한 심사위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주택설계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건축사들이 창의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며 "이러한 주거문화의 변화를 통해 도시의 다양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도시의 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PD는 "다양한 의뢰인들의 의뢰대로 집을 구하고 소개한 것뿐인데, 그게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주거 형태에 대한 꿈을 심어주게 됐고, 다시 의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게 사랑을 받게 된 이유 같다”며 "평소 동경해오던 건축 분야에서 수고를 조금이나마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더 열심히 발품을 팔아 더 좋은 건축 문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제작진을 대표해 수상소감을 밝혔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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