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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로봇이 온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신임 사장...수소·로봇 등 신사업으로 '3세 경영'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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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39)이 사장으로 전격 선임됐다. 정기선 신임 사장이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1982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MBA/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현대중공업 재무팀 상무/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부문 대표/ 2021년 10월 현대중공업지주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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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지주사 대표 꿰차

▷현대重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 겸임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0월 12일 인사를 통해 정기선 부사장을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면서 컨트롤타워인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사장,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기선 신임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7개월 만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쳤다. 크레디트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한 후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15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상무로 승진했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등 요직을 두루 맡았다. 선박 AS 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이끌면서 친환경 선박 개조·유지·보수, 선박 디지털화를 통한 스마트선박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덕분에 지난해 매출 9607억원, 영업이익 1614억원의 실적을 일궈냈다. 이처럼 오랜 경영 수업을 받은 끝에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등 그룹 핵심 회사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정 사장이 이제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정기선 신임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신성장동력 발굴과 함께 핵심 계열사 IPO(기업공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내에서 경영지원실장뿐 아니라 미래위원회장을 맡아왔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한시적으로 운영된 미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 내 수소,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신산업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경영지원실 역시 신사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결정하면서 그룹 신사업을 책임지는 부서다.

정 사장 주도 아래 현대중공업그룹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수소, 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수소,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 수소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정기선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 아람코의 테크니컬 서비스 부문 아흐마드 알 사디 수석부사장과 협약서에 서명했다. 양 사는 협약을 통해 친환경 수소, 암모니아 등을 활용,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9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육해상을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의 마스터플랜인 ‘수소 드림 2030’ 청사진을 내놨다. 수소 드림 2030의 목표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에서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계열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강원도 동해에 1.2GW급 수전해 플랜트를 제작, 부유식 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를 생산하기로 했다. 수소의 안정적인 운송을 위한 수소운반선도 개발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패키지를 개발해 기존 화석연료 선박을 수소연료 선박으로 대체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 수소 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실적 회복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사를 자회사로 둔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척을 계약하며 일찌감치 올해 목표치인 149억달러를 채웠다. 현재까지 총 204척, 199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치의 130%를 넘어섰다. 다만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연결 기준 897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 불황이 한창이던 2015년 3분기 영업손실(8976억원)과 맞먹는다. 야심 차게 추진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삐걱대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EU,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일본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도 EU, 일본은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EU가 LNG선 시장 독과점을 이유로 승인을 늦추는 분위기라 연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거제, 창원 일대 협력업체들도 반발하는 분위기라 여론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변수”라고 귀띔했다.

매경이코노미

▶경영권 승계 변수

▷계열사 IPO로 지분가치 높일 듯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IPO가 속도를 낼지도 관심사다. 세계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은 최근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9조원가량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현대오일뱅크도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이다. 2011년, 2017년 두 차례 IPO에 실패했던 현대오일뱅크가 ‘삼수’ 만에 IPO에 성공할 경우 현대삼호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로보틱스 등 다른 계열사도 줄줄이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계열사 IPO는 정 사장 승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재계 안팎 분석이다. 신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이 1차 목표지만 실상은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도 솔솔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의 대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으로 지분 26.6%를 보유했다. 장남 정기선 사장 지분은 5.26%에 그친다. 두 부자가 지주사 지분 31.86%를 보유해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건설기계부문 지주사)과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승계를 위해서는 추가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정 사장 입장에서는 부친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만 물려받으면 되는데 문제는 지분 증여, 상속 과정에서 내야 할 막대한 세금이다. 현재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대주주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에 대해서는 60%까지 과세되는 만큼 정 사장이 지분을 증여받을 때 지분가치 60%에 달하는 8400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처럼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 사장은 한국조선해양,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일부 주식만 보유했다.

결국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IPO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 지분가치를 높이는 것이 절실하다. 한국조선해양이 100%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74.1%를 보유한 현대오일뱅크가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무리하면 정 사장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가치가 급증한다. 자연스레 승계 과정에서 자금 확보가 수월해진다는 평가다. 물론 정 사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야 함은 물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30대라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뿐 아니라 수소, 로봇 등 각종 신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 원만히 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김경민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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