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하필 점심시간에"…40분 '온라인 먹통'에 일상이 멈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KT 인터넷 장애 ◆

매일경제

25일 점심 무렵 발생한 KT 유·무선 인터넷망 먹통 사태로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진 서울 강북의 한 식당이 계산대 앞에 현금 결제나 계좌이체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안내문을 붙인 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점심 무렵 1시간 가까이 발생한 KT 유·무선 인터넷 장애로 전국이 한때 큰 혼란을 겪었다. 삶 곳곳에서 익숙해진 인터넷이 한순간 먹통이 되자 국민의 일상생활도 온전히 멈춰 섰다. 특히 코로나19로 더욱 의존도가 높아진 인터넷의 가공할 만한 파급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KT는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유·무선 서비스 중단과 지연 등 장애를 일으켰다. 대부분 낮 12시에 복구됐지만 일부 지역에 따라 12시 45분까지 서비스 장애가 지속됐다. KT 네트워크를 이용해 서비스하는 스마트폰은 물론, 카페 와이파이 등이 순간적으로 접속에 차질이 생기면서 1차적인 피해가 일어났다. 한때 KT가 분산서비스거부공격(디도스·DDos)을 언급했지만 내부 원인으로 인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매일경제

실제로 인터넷·모바일·IPTV·전화부터 클라우드까지 KT의 대부분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인터넷과 관련한 일부 애플리케이션(앱)도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영상으로 원격 수업을 받던 학생 중 일부가 갑작스럽게 수업이 끊기거나 KT망을 사용하는 상점들에서는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점심 시간이 되면서 QR코드로 신분을 확인하는 기기들이 멈춰서면서 식당 주인들은 수기로 명단을 작성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위드 코로나'로 일상을 되찾나 싶었는데 손님들의 QR코드 입력부터 결제까지 혼선을 겪어 불편했다"며 "KT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더욱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편의점이나 배달 대행 업체 등도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특히 점심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들 불만이 쏟아졌다. 온라인에는 "KT 때문에 점심 배달 장사 망했다" "시스템이 먹통이 돼서 배달은 들어오는데 배달 계산이 안됐다" "점심 장사로 먹고사는데 망했다" 등 글이 올라왔다. 한 자영업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편의점(에 방문한) 카드 손님을 줄줄이 돌려보냈다"며 "기기 문제인 줄 알고 주변 카페, 식당 등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모두 먹통이라서 당황했다"고 사연을 올렸다.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편의점에서 외상하고 왔다" "편의점에 갔다가 현금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배달해서 먹으려고 했는데 밥 배달이 오지 않는다" 등 내용이 폭주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주식·가상화폐 거래 등에도 차질이 생겼다. 점심시간에 골프연습장을 찾은 고객들은 예약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바람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도 문제가 벌어졌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은 KT망을 이용하는 고객의 온라인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급한 업무는 가까운 지점을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전 11시부터 MTS·HT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민원이 고객상담센터로 빗발쳐 곤란했다"고 말했다.

홈인터넷 또는 사물인터넷(IoT)이 KT망에 연결된 경우 기기들이 작동하지 않아 불편을 겪는 사례도 나왔다. "스마트 도어나 벨이 동작하지 않았다"는 사용자도 나왔다. 차량 운전자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SNS에서는 "테슬라 이용자들은 문을 열 수 없었다"는 경험담이 화제가 됐다. 테슬라 차량의 경우 일반 차량 열쇠 외에 휴대폰 앱을 사용해 문을 열 수 있는데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경우 차를 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세계기전인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도 인터넷 통신망 장애로 온라인 대국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기원은 이날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삼성화재배 본선 8강전 첫째 날 대국이 26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 강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