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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증시 조정받자 맘고생하는 주식 셀럽들…언제는 고맙다더니 돌변한 동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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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제가 뷰(시각)를 바꿨다는 이유로 비밀댓글을 통해 비난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투자일지를 쓰는 기분으로 시작했던 일인데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아졌다. 앞으로 개별 종목 포스팅을 중단하겠다.”

최근 기관 투자자 출신 주식 고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상승장에서는 환호가 넘쳤지만, 최근 하락장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개별 종목 추천을 포기한 것이다.

지난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주린이에게 ‘셀럽’ 같은 존재였다. 동학개미를 이끈다는 의미로 ‘존봉준’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가 국내 주식 시장 상승세를 예고한 대로 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가 “주식 초보자에게 유명 인사가 됐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상승장이니까 그렇죠. 조정받기 시작하면 저에 대한 불만이 거세질 겁니다. 긴 안목으로 주식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데 개인 투자자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의 또 다른 예고는 현실이 됐다. 코스피가 3000을 내주며 무너지자 비난의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존 리 대표는 “등락이 있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른다”는 취지로 얘기했지만, 일부 개인 투자자는 ‘장기’라는 단어를 잊은 듯한 모양새다.

‘염블리’라는 애칭으로 큰 인기를 누려온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도 하락장에서 개미 투자자의 맹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당신이 추천한, 안전하다는 대형 종목을 샀는데 왜 하락하느냐”며 집에 찾아갈 것이라는 댓글도 등장했다.

전문가에 대한 힐난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기업에 대한 집단행동 수위도 높아졌다. 셀트리온은 최근 주가가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반 토막 나자 소액주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회사 측에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전체 지분 10%가량을 모으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SK케미칼, HMM, 헬릭스미스 등도 소액주주들과의 갈등 양상이다. 잘못된 경영에 대해 집단행동을 할 수 있으나, 단기 주가 하락으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매경이코노미

하락장이 이어지자 개미 투자자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개미 투자자의 전문가 힐난과 무리한 집단행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운행했던 ‘공매도 개혁’ 홍보 버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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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샀는데 왜 떨어지나 당혹

▷정부의 공매도 규제 해제도 불만

코로나19 발발 초기 큰 폭 하락했던 국내 주식 시장은 대세 상승을 경험했다. 그 주역은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개미 투자자였다. 외국인과 기관에 늘 당해왔던 허접한 개미 투자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스마트개미’라는 영예로운 호칭까지 얻었다. 개미 투자자는 대형주,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고 높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 하락장에서 혼란에 빠졌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넘나들던 지난 6~7월에 한국 주식을 신규 매수했던 투자자가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7월 6일 코스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3305) 대비, 지난 10월 13일 기준 코스피 성과는 10% 손실을 기록했다.

개미 투자자가 공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믿을맨’인 줄 알았던 대형주 폭락에 망연자실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연초만 해도 삼성전자는 ‘십만전자’를 기대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흐름이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의 ‘슈퍼사이클’이 이어진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개미 투자자도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주식이 삼성전자라는 데 토를 달지 않았다. 실제 삼성전자는 개미 투자자의 최선호주다. 올해 들어 개미 투자자가 35조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액 2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6조원)의 6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454만명이다.

하지만 최근 삼전 주가는 스마트개미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메모리 업황 침체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주가는 스멀스멀 하락했다. 급기야 지난 10월 12일 ‘6만전자’까지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뿐 아니다. SK하이닉스, LG전자, 엔씨소프트 등 대형주는 코스피가 오르는 동안에도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개미 투자자는 전문가 ‘뷰’가 급변한다는 점에 배신감을 느낀다. 주가가 오를 때는 ‘매수’를 외치다, 꺾이기 시작하면 갑작스럽게 부정적인 뉘앙스로 얘기한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오르면 ‘예상한 대로 올랐다’고 자랑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나 반성 없이 ‘저가 매수’ 시점이라고 둘러댄다. 결국 애널리스트는 오르나 떨어지나 정해진 말만 하는 셈이다.” (30대 주린이)

여기에 개미 투자자는 공매도에 극도의 반감을 보이고 있다. ‘삼천피’가 붕괴되는 하락장이 이어진 10월 공매도가 급증했다. 특히 개미 비율이 높은 삼성전자, 네이버, HMM 등이 공매도 표적이 됐다. 10월 공매도 거래대금 중 외국인 비중은 70%가 넘는다. 기관은 24%에 달하고 개인은 2%에도 못 미친다. 개미 투자자는 정부가 공매도 금지를 풀어주며 하락장을 부추겼다고 비판한다. 지난 10월 7일에는 ‘대한민국 주식 시장에 공매도를 영원히 폐지해주세요’라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하락장 경험 못한 주린이 내성 쌓여야

▷액티브 펀드 등 간접 투자 적극 고려해야

그러나 개미 투자자도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새겨들을 만하다. 지난해부터의 폭등장에서 1000만 개미가 양산됐다. 해외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 계좌도 330만개가 넘는다. 그러나 제대로 된 투자 교육을 받았다기보다, ‘주식 리딩방’에서 찍어주는 종목에 의존해 투자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유튜브나 각종 SNS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에 빠진 것이다. 종목 쏠림도 심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난 개인 20만명의 투자 행태와 투자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포트폴리오는 중소형주와 특정 섹터 비중이 높았다. 또한 평균 보유 종목 수가 적어 높은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아울러 개인은 거래 회전율, 일중 거래 비중, 종목 교체율이 매우 높은 투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찍어주는’ 투자에 익숙해지지 말고, 자신이 공부해 종목을 발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하락장을 경험하지 못한 주린이라면 약세장을 이겨낼 ‘내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대형주 매수 전략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우량주는 경기민감주 성격이 강하다”며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돼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 투자에 강한 우량주 특성상 올해만 떼어놓고 판단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접 투자만 하지 말고 간접 투자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관 투자자는 비즈니스 사이클과 메가 트렌드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간접 투자는 기관 투자가 전문성을 활용하고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만든다. 과잉 거래 특성을 보이는 개인에게 간접 투자는 하락장에서 효율적인 방어책으로 인정받는다.

실제 주식형 펀드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특히 ‘액티브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띈다. 이 같은 머니무브 현상은 투자자들이 주도주가 사라진 증시에서 유망주를 골라내는 운용 전문성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라 풀이된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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