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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만배 영장에도 배임 빠질듯…‘700억 약정’ 공범 진술만으론 ‘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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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번주 영장 재청구 가닥

신병 확보 뒤 배임 추궁 수순

녹취록 외 추가증거 확보 관건

전 성남도개공 사장 사퇴압박 정황


한겨레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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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이번주 중 재청구할 것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지난 12일 김씨의 구속영장에 담은 배임 혐의를 이번에는 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씨의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된데다,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난 21일 기소할 때도 애초 그에게 적용한 배임 혐의를 공소장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해 이 사건 핵심 인물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의 진술과 이들이 제출한 녹취록 외에 추가 증거를 검찰이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이번 사건 수사 성패는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25일 남욱 변호사와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 딸 박아무개씨,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 일한 정민용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김만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2시간 가량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세금 등 공제 후 428억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이 가운데 5억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이런 결과로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최소 11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끼쳤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김씨의 구속영장에 이런 혐의를 담았으나, 법원은 14일 “범죄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며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1일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며 김씨와의 ‘700억원 약정’ 혐의만 공소장에 담고, 김씨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와 배임 혐의를 공소장에 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유 전 본부장 공소장처럼 일단 배임 혐의를 빼고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700억원 뇌물 약속 혐의 등을 적용해 김씨의 신병을 우선 확보한 뒤, 추가 수사를 벌여 배임과 5억원 뇌물 혐의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김씨 구속영장이 한번 기각됐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최대한 방어적으로 두번째 구속영장을 준비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수사가 충분히 되지 않은 배임과 뇌물 혐의는 빼고,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담은 700억원 약정 혐의만 담아 영장을 받은 뒤, 공범이나 윗선 수사 동력을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수사팀으로서는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가 제출한 녹취록과 이들의 진술 외에 추가 증거 확보가 관건이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실상의 공범인데다, 이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고 녹취록을 삭제·편집했다고 의심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 회계사는 수사 초기 핵심 물증인 녹취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남 변호사도 공소시효가 만료된 2013년 뇌물공여 혐의만 자백한 상황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들은 법꾸라지마냥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검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수사가 계속 이들의 입만 쳐다보는 식으로 진행돼선 안된다. 이들 또한 의혹의 핵심인물이고, 녹취록과 진술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법원이 녹취록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당분간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4일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들의 배임 혐의를 다지는데 주력했다. 검찰은 황 전 사장이 압박에 못이겨 사퇴하고, 이어 유동규 전 본부장이 공석이던 사장 직무대리를 맡으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이 화천대유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를 맡으며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등 의도적으로 사업 구조를 비튼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추가 적용할 경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한 유한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윗선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공개한 황 전 사장과 유한기 본부장과의 녹취록을 보면, 유한기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등을 언급하며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대목이 나온다. 3분56분가량의 녹취록에는 사퇴 요구를 받은 황 전 사장이 “아니 뭐 그게(사장직이) 지꺼야 원래, 뭐 그걸 주고 말고 할 거야”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고 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어 “그러면 시장님 허가 받아오라 그래”라는 황 전 사장의 말에 유 전 본부장은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논 거 아닙니까. 그건 이미 사장님 결재나서 저한테 정 실장이 저한테 그렇게 애기를 했던 것”이라는 말이 이어진다. 계속된 사퇴 요구에 황 사장은 “내가 써서줘도 시장한테 갖다 써서주지 당신한테는 못주겠다”고 말하자, 유한기 본부장은 “쓰시고 같이 가시죠. 그럼 같이 가세요. 그렇게 그럼 오늘 같이 가시죠. 제가 정 실장님한테 ‘자리 계시나’”라고 답한다. 김 의원은 녹취록에서 ‘시장님’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의미하며 ‘정 실장’은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황 전 사장 사퇴에 이 지사의 의사도 반영됐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손현수 장나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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