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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핵심 인물 숨지고, 독성 검사 엇갈려…수사 난항 속 "독극물 구매 경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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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서초경찰서.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 회사에서 발생한 이른바 ‘생수병 사건’ 피의자가 사전에 인터넷으로 독극물을 구매한 사실을 경찰이 확인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혐의도 살인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5일 피의자 강모(30대 남성)씨가 지난달 말 연구용 시약 전문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이번 사건에 사용된 독성물질인 아지드화나트륨을 구매한 경위를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는 소속기관 등록을 해야 물품을 살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며 “피의자는 자신의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으로 소속기관 등록을 한 후 물질을 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씨에게 적용한 혐의를 특수상해에서 살인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생수병에 담긴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었던 이 회사의 남녀 직원 중 남성 직원 A씨가 사건 엿새 만에 사망하면서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25일 부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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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호 서울경찰청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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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물 숨지고, 독성 검사 결과 엇갈려…수사 난항



경찰은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강씨는 사건 이튿날 자택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고, A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관계자 진술만 갖고 ‘이게 동기다’라고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관계자 조사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특별히 남긴 글도 없어 보다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자인 여성 직원 B씨의 혈액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B씨는 사건 당일 물을 마신 뒤 쓰러졌다가 곧 의식을 회복했다. 반면 숨진 A씨의 혈액에선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고, 강씨의 집에서도 아지드화나트륨을 비롯한 여러 독극물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거의 먹지 않은 수준으로 극소량만 섭취한 게 아닐까 싶다”라며 “그러니 병원에서도 금방 퇴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품이나 화학물질은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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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4시쯤 ‘생수병 사건’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회사 모습. 직원들은 재택근무 중이고 사무실 문은 닫혀 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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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불검출, 복합 공격 혹은 물질 기화 가능성”



B씨의 혈액에서 독극물이 불검출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분석을 내놨다. 남윤성 의학 박사는 “아지드화나트륨을 이용한 단일 공격이 아니라 다른 물질을 함께 활용한 복합 공격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럴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한정된 키트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범인이 집에서 미리 아지드화나트륨 생수를 제조한 뒤 회사로 가져와 물을 바꿔치기했다면 여성이 뚜껑을 여는 과정에서 기화된 독성물질을 흡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순간 냄새를 맡고 기절할 수 있지만, 치명상은 아닌 정도인 것”이라며 “분자량이 큰 물질은 용액에 녹으면 물과 같이 기화되기 어렵지만 아지드화나트륨은 유기화합물이나 고분자물질이 아닌 무기화합물이라 기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개연성은 다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맞지 않는 퍼즐을 맞춰가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사건은 피의자 사망에 따라 조만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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