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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위드코로나 관광지’ 전남 강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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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단풍 들것네, 영랑 시인의 생가가 있는 곳! 전남 강진이 코로나 국면에 소규모로 힐링을 찾는 관광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강진의 관문인 월출산은 산의 북쪽은 영암군에 남쪽은 강진군에 걸쳐 있다. 흔히들 영암 월출산으로 부르지만, 월출산은 강진을 품에 안고 영암을 등지고 있는 형국으로 강진의 월출산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강진에서 월출산으로 오르는 입구는 경포대탐방로라고 안내되어 있다. 경포대는 월출산 아래 계곡 이름으로 지금은 코로나로 계곡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입구를 지나면 등산객이 가져온 배낭의 무게를 재볼 수 있는 시설과 함께 자그마한 족욕탕이 있다.

월출산 아래 자리 잡은 무위사(無爲寺)는 천년이 훌쩍 넘은 고찰로, 단아함속에 웅장함을 갖췄다. 일주문을 오르면 절은 부채처럼 퍼지며 장엄한 자태를 드러낸다.

극락보전에는 국보 제13호 극락전과 보물 제507호로 지정된 선각대사 편광탑비가 있다. 삼존 불상 뒤로 아미타여래삼존벽화(국보 313호), 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1314호), 벽사면벽화(보물 1315호)등 불화가 모셔져 있다. 무위사 보제루(普濟樓)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눈앞에 수묵화를 펼쳐놓은 것처럼 멀고 가까운 산의 전경들이 아스라하다.

무위사에서 강진다원을 가로질러 백운동 원림까지 이어지는 길은 1.5㎞로 초록의 녹차밭이 눈을 정화시킨다. 강진다원에 차를 두고 걸어서 백운동 원림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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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동 원림은 조선중기 선비들의 은거문화를 알려주는 전통 정원으로, 담양 소새원, 보길도 부용동 원림과 호남의 3대 원림으로 일컬어진다. 조경사적 가치가 탁월한 것으로 전해지며, 월출산을 배경으로 지형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리며 계곡물을 끌어온 경관처리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원림으로 가는 길에는 왕대나무 1만 그루 이상이 병정처럼 서 있다. 숲길을 헤치고 가면 비밀 정원처럼 백운동 별서정원이 나타난다. 정원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가을빛을 머금고 그대로 익어버린 홍시가 주인 없이 ‘툭’ 하고 떨어지는 풍경이 마음의 평화를 선사한다.

강진의 북쪽 끝인 백운동 원림에서 강진군의 주 생활권인 강진읍으로 내려오면 강진군청 바로 뒤에 영랑생가가 관광객을 반긴다. 군청과 영랑생가(사진) 사이에는 강진군관광안내센터가 있어, 강진군의 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영랑생가 안에는 김윤식의 초상화가 있다. 비록 지금은 모란꽃은 졌지만, 시인이 보고 시상을 떠올렸을 모란나무들이 소박하게 몸을 맞대고 있다. 생가 입구를 은행나무가 지키고 있다. 문안으로 들어서면 역시 그 짝이 되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더 있다. 영랑생가는 1985년 강진군에서 사들여 안채와 사랑채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관리 중이다.

영랑생가 뒤로 난 계단을 오르면, 각국의 모란들이 나라별로 정원을 이룬 모란공원을 만날 수 있다. 모란공원의 산책로는 길지 않지만, 자그마한 인공 폭포도 있고 호젓한 산책길로 손색이 없다. 모란공원은 지역민들만 아는 숨겨진 명소로 영랑생가와 함께 둘러볼 만하다.

시내권에서 다산이 유배되어 처음 4년을 머물렀던 주막인 사의재를 둘러본다. 영랑생가에서 사의재는 300m 거리로 지척이다. 유배 온 죄인을 받아주는 곳 없어, 동구 밖 주막에서 모녀의 배려로 임시 머물렀던 이 곳을 다산은 ‘사의재(四宜齋)’라 명명했다.

사의재는 ‘마땅히 네 가지를 지켜야 하는 방’이라는 뜻으로 네 가지는 ‘맑은 생각과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의미한다. 사의재는 2007년 강진군에서 강진읍 동성리 옛터에 복원해, 현재는 객실 9곳을 갖춘 한옥체험관으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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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을 통해 머무를 수 있다. 사의재 내에 있는 동문주막에서 다산이 즐겨 먹었다는 아욱국와 바지락전이 함께 올라오는 ‘다산정식’을 2만4000원(2인 기준)에 즐길 수 있다.

읍내권에서 사의재까지를 둘러보면, 다시 차를 달려 다산초당으로 향한다. 백련사, 다산초당, 다산유물전시장이 함께 있어, 같이 둘러봐야 하는 코스이다. 백련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절을 둘러본 후, 다산이 그의 학문적 파트너였던 백련사의 혜장선사를 있다.

혜장선사가 다산을 향해 걸었던 오솔길을 따라가면 다산초당이 나온다. 느린 걸음으로도 40분이면 족하다. 길은 좁았다 넓어지고 완만하다 가파르게 이어지지만, 이름 모를 새소리와 청명한 바람이 머리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나무의 뿌리들이 주름처럼 선명히 드러나 계단처럼 형성되어 있다. 다산초당 아래에서 올라오면 이 길을 ‘뿌리의 길’이라 부른다. 다산초당에서는 문화해설사가 옥색의 한복을 입고 앉아, 유독 차를 사랑했던 다산의 차에 대한 설명과 함께 녹차 한잔을 따라준다. 차는 무한 리필이며 1인당 1000원의 체험비를 받는다. 차 체험은 10월 말까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가능하다.

문화예술의 고장, 강진이 정적인 관광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익사이팅 가우도는 지난 9월, 실제로 흔들리는 출렁다리와 교통약자를 위한 모노레일을 개통하며, 추석 연휴에만 3200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강진에 속한 8개의 섬 중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는 육지에서 이어진 3개의 다리와 천길 낭떠러지의 짚트랙, 해양 스포츠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군의 대표 관광지로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가벼운 트레킹에서 섬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 등 남도의 진한 맛과 인심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강진=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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