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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 인터넷 전국 먹통 초래한 KT, 기간통신망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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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5일 오전 11시 20분부터 전국 곳곳에서 KT 유·무선 통신 장애가 이어진 가운데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 KT 접속장애로 인한 현금결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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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유무선 인터넷망이 25일 전국적으로 40분 가까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유선 940만 명, 무선 1,700만 명의 KT 고객이 각종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 QR 체크인과 카드 결제가 중단됐고, 주식과 금융 거래도 차질을 빚었다. 온라인 수업이 중단되는 한편, 병의원을 찾은 환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사태는 우리 생활이 얼마나 통신망에 의존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통신망이 마비되며 사실상 국가가 멈춰섰다. 적의 공격으로 통신망 장애가 생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면 끔찍할 정도다. 2002년 한국통신에서 민영화한 KT는 여전히 유선 기간통신사업자다. 군 통신망은 물론 전쟁이나 대형 재난 시 비상망인 ‘국가지도통신망’도 맡고 있다. KT가 사태 초기 디도스(DDos)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시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에 따른 장애라고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국민 불안감을 키웠다.

그동안 통신망 사고가 반복됐는데도 이런 일이 재연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KT는 2003년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PC들에서 공격을 받아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 3년 전인 2018년 11월에는 KT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북서부지역의 유무선 통신이 두절됐다. KT는 그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KT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피해 보상에 적극 나서는 게 마땅하다. 신뢰가 추락한 KT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는 만큼 정부도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최소한의 연결을 확보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통신망 관리에 빈틈이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의 생명줄이 된 통신망에 대해 국민들이 더는 불안하지 않도록 민생과 안보 차원에서 만전을 기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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