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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해킹 공격도 아니고 실수로 마비되는 KT 기간통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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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에 발생한 KT의 통신 장애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네트워크 초연결사회의 문제점과 불안 요인을 백화점식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광범위한 피해다. 줄잡아 4900만명에 이르는 KT 통신망 이용고객 모든 곳이 마비됐다. 개인통신은 물론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가상자산거래소, 상점의 결제 시스템도 불통됐다. 점심시간대 배달 플랫폼도 마비됐고 택시기사들도 배차 먹통에 시달렸다. QR코드 작동이 멈추니 식당이나 매장의 방역 시스템도 사라졌다. 실제 통신 장애시간은 45분 남짓이었지만 영업 차질의 후폭풍까지 고려하면 현장의 피해액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3년 전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피해는 그나마 서울과 수도권 일대로 국한됐었다. 이번엔 전국적 아수라장이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KT를 쓰는 곳만 피해를 보니 상대적 고통은 더 크다. 특히 스마트폰부터 인터넷까지 KT로 통합한 ‘결합상품’ 이용자들은 그야말로 ‘통신 고아’가 됐다.

KT의 우왕좌왕 대응도 문제였다. 장애사고 1시간이 지나서야 디도스(분산 서비스 거부·DDoS) 공격인 듯 발표했다가 또 한 시간이 지나자 라우팅 (네트워크 장비 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수정했다. 비록 정보를 분산시키는 라우팅의 오류가 디도스 공격과 비슷하긴 해도 성급하게 외부 해킹 공격인 듯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인재를 감추려는 의도 아니었느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라우팅을 관리하는 협력사의 불찰을 강조하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3년 만에 또다시 대규모 통신대란을 불러일으킨 KT로선 국가 기간통신망사업자로서의 면모가 크게 손상됐다. 신뢰감까지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재발 방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지만 또다시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역량 부족을 인정해야 할 판이다.

이번 통신대란이 혼란과 복구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KT의 철저한 대책 마련과 보상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비단 KT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은 이번 사태에도 혼란을 전혀 겪지 않았다. 3년 전 통신대란을 겪은 후 전용 회선을 구축하거나 복수의 통신사를 이용하며 백업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통신이 업무에 중요한 곳이라면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영세상인들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망사업자들이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게 범사회적 대응책이다. 개인 백업이 경제적·기술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일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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