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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촬영감독父 “볼드윈 탓 아냐”…일부 스태프, 실탄사격하며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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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미국 뉴멕시코주 보난자 크릭 랜치에서 21일(현지시간) 서부극 영화 ‘러스트’ 촬영 도중 소품용 총기 오발 사고로 여성 촬영 감독이 목숨을 잃게 만든 배우 알렉 볼드윈이 산타 페 보안관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나오다 누군가와 황망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다.일간 산타페 뉴멕시칸 제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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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의 영화 촬영 중 ‘소품 총 발사’ 사건과 관련해 현장 스태프들이 여가시간에 촬영장 밖에서 소품용 총에 실탄을 넣어 사격을 즐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연예 전문매체 TMZ는 당시 사고가 일어난 영화 ‘러스트’의 스태프들이 문제의 소품용 총을 가지고 촬영장 밖에서 ‘오락’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쉬는 시간에 소품용 총으로 실탄사격 놀이” 증언
서울신문

‘총기 사망’ 촬영감독의 생전 마지막 소셜미디어 - 지난 21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의 한 목장에서 서부극 ‘러스트’ 촬영 리허설을 하던 중 주연배우 알렉 볼드윈이 발사한 소품용 총에서 실탄이 발사되면서 맞은편에 있던 촬영감독 헐리나 허친스(42·여)가 사망했다. 사진은 허친스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촬영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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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진과 직접 관계된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영화 촬영이 진행되지 않는 시간에 스태프 중 일부가 촬영장 외부에서 이 총으로 실탄 사격 연습을 즐긴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실탄 사격 이후 약실이 비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소품용 총을 그대로 촬영에 사용하면서 비극적인 참사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TMZ는 지적했다.

또 촬영장에서 실탄과 촬영용 공포탄이 같은 장소에 보관됐고 참사가 발생한 직후 출동한 경찰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소품용 총에 실탄이 혼동돼 장전됐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리허설 중 실탄 발사돼 촬영감독 사망…감독도 부상
서울신문

‘총기 사망’ 촬영감독의 생전 마지막 소셜미디어 - 지난 21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의 한 목장에서 서부극 ‘러스트’ 촬영 리허설을 하던 중 주연배우 알렉 볼드윈이 발사한 소품용 총에서 실탄이 발사되면서 맞은편에 있던 촬영감독 헐리나 허친스(42·여)가 사망했다. 헐리나 허친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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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볼드윈은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의 한 목장에서 서부극 ‘러스트’ 촬영 리허설을 하던 중 소품용 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이때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 발사되면서 맞은편에 있던 촬영감독 헐리나 허친스(42·여)가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

또 허친스의 뒤쪽에 서 있던 감독 조엘 수자(48)는 어깨에 총탄을 맞아 부상했으나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수자 감독에 따르면 당시 볼드윈은 교회 건물 세트장 내 의자에 앉아서 ‘크로스 드로우’ 후 카메라를 향해 총을 겨누는 동작을 연습 중이었다.

크로스 드로우란 팔을 몸통 위로 교차시켜 반대편 허리에 있는 총을 꺼내드는 동작으로, 서부시대 카우보이식 사격법이다.

“총 건넨 조감독, 평소 안전규정 무시” 증언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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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볼드윈에 실탄 든 총 건넨 조감독 - 지난 21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의 한 목장에서 서부극 ‘러스트’ 촬영 리허설을 하던 중 주연배우 알렉 볼드윈이 발사한 소품용 총에서 실탄이 발사되면서 맞은편에 있던 촬영감독 헐리나 허친스(42·여)가 사망했다. 사진은 당시 볼드윈에게 총을 건넨 조감독 데이브 홀.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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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 영화 조감독인 데이브 홀이 볼드윈에게 소품 총을 건네면서 실탄이 없다는 뜻의 ‘콜드 건’(cold gun)이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실탄이 장전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태프의 진술서에 따르면 홀 조감독은 촬영장 총기 담당자가 교회 건물 밖 수레에 놓아둔 소품용 총기 3정 가운데 하나를 집어 들어 볼드윈에게 전달했다.

홀이 과거 다른 현장에서도 안전 절차를 무시해왔다는 증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영화 소품 제작자인 매기 골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홀이 과거에 현장 안전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했고, 현장에 무기가 있다고 스태프들에게 알려야 했지만 이 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의 연작 ‘어둠 속으로’를 제작하면서 홀 조감독과 함께 일했다는 골은 “소품 담당자가 채근해야만 홀 조감독은 현장에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스태프에게 알렸다”며 “홀 조감독은 안전 관련 공지를 하지 않거나 무기 등 소품을 반납하지 않았다가 소품 담당자의 지적을 여러 번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익명의 제보자는 CNN에 “홀 조감독이 안전 회의를 열면 매우 짧고 (의무 규정을) 멸시하는 듯한 인상이었다”며 “늘 쓰던 총을 쓰는데, 왜 이런 회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이었다”고 했다.

홀 조감독은 여배우가 자기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장면에서 쓰일 총에 대해 전문가의 안전 점검을 거치게 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고 이 제보자는 덧붙였다.

미국 연극배우노조 지침에 따르면 총기 촬영의 경우 사전 시험 발사를 반드시 해야 하고 무기류 소품 관리자는 촬영에 앞서 안전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촬영에 사용되는 총기류는 총기소품 담당자가 먼저 확인을 한 뒤 조감독이 다시 이를 점검한 후 배우에게 건네는 것이 일반적 순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현장에서는 이같은 순서를 지키지 않고 총기 담당자와 조감독 모두가 직접 배우들에게 총기를 전달해왔다고 뉴욕타임스가 촬영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허친스 사망 사건 닷새 전에도 볼드윈의 대역이 ‘콜드 건’ 소품 총을 조작하다가 실탄 2발이 발사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안전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한 스태프는 촬영장 현장 매니저에게 총기 안전 문제를 항의했으나 “회의는 없었고 (촬영을) 서두르기만 했다”고 전했다.

볼드윈, 사고 직후 절규…유족 찾아가 사과
서울신문

- 미국 뉴멕시코주 보난자 크릭 랜치에서 21일(현지시간) 서부극 영화 ‘러스트’ 촬영 도중 소품용 총기 오발 사고로 여성 촬영 감독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영화 주인공으로 오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알렉 볼드윈이 지난달 11일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을 관전하는 모습.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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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볼드윈의 경우 촬영장에서 총기를 다룰 때 매우 신중했다고 한 촬영 스태프가 경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볼드윈은 사고가 발생한 뒤 “왜 나에게 ‘핫 건’(Hot Gun. 실탄이 장전된 총)을 준 거냐”며 절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볼드윈은 지난 24일 피해자 허친스의 남편과 아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를 전했다.

허친스의 아버지는 같은 날 영국 매체 더선에 “볼드윈은 딸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며 볼드윈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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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서부 영화 ‘러스트’ 촬영장에서 소품 총기에 의한 치사 사고를 일으킨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이 산타페 보안관실의 조사를 받은 뒤 보안관실 주차장에서 슬픔에 잠겨 있다. 피어슨 모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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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친스의 아버지는 “책임은 총을 다루던 소품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제작자 겸 주연배우로 참여한 볼드윈은 할리우드에서 민주당 지지자로 유명하며, 총기 규제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2017년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역할로 화제를 모은 끝에 제69회 에미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 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 배우 이소룡(브루스 리)의 아들 브랜던 리의 총기 오발 사망사고를 떠올리기도 한다.

브랜던 리는 1993년 영화 ‘크로우’ 촬영 중 상대 배우가 쏜 소품용 총에 맞아 숨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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