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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국, 삼성·SK 괴롭히지 말고 '여기'에 백신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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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선임기자가 판다]내달 8일까지 영업정보 제공 압박...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원인부터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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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 등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게 아닌 오늘날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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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을 해결하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괴롭히지 말고, 말레이시아나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 인도적 차원에서 백신 공급을 지원하는 것이 더 빠른 해결책일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 자동차 업체들의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내달 8일까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에게 공급망과 관련한 자료를 제공할 것을 압박하는 것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다. 이미 TSMC는 미국의 압박에 무릎을 꿇었고, 삼성이나 SK도 자료 제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이든 정부가 내달 8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단순히 반도체 수급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이 아니다. 각 반도체 회사의 3대 주요 고객사와 고객사별 매출 비중, 주요 반도체칩 기술 단계 등을 요구했다. 또 최다 판매 제품의 생산 소요 기간, 생산시설 확충 계획 등 20여개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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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부족은 올해 안에 해결될 기미가 없고, 내년 하반기나 2023년초에나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애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압박할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헛다리 짚은 미 바이든 행정부...기업 압박은 계속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현상은 2020년 초반 코로나19의 발발로 인해 그 해 자동차 수요급감을 우려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수요 예측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6일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 회사의 수요 예측 실패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수요 예측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시장 생산량은 2017년 약 9862만대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접어들어 2019년 9000만대(약 9096만대)선을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2020년 코로나19 발발로 수요 감소로 생산량이 7605만여대로 16.4%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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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자동차 생산추이. 2017년 1억대에 근접했다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지난해에는 2009년 이후 최저인 7000만대 선까지 내려왔다가 올해 반등하는 추세다. 출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통산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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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반기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하반기 및 올해 자동차 수요를 줄여서 예측했지만 시장이 급반등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생겼다.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독일 인피니언(스트레티지 아날리틱스 2019년 기준 13.4%), 네덜란드 NXP(11.3%), 일본 르네사스(8.7%), 미국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 8.1%), 스위스 ST마이크로(7.6%) 등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들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들은 원청업체인 자동차 회사들의 수요 예측에 따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UMC 등과 계약을 맺는데 지난해 하반기에 위탁생산 주문을 줄였다. TSMC는 줄여든 주문을 가전용 반도체 등 다른 물량으로 채웠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 51.5%(트렌드포스 2020년 2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18.8%를 차지하고 있었고, 특히 TSMC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70%를 차지했는데 여기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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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원인 및 영향' 이슈보고서.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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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공급 계약을 맺는 파운드리 업체의 특성상 2020년초 줄였던 물량을 그해 3분기부터 갑자기 늘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것이 지난해말과 올초 벌어진 '1차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다. 올초 르네사스 공장의 지진에 의한 생산중단과 한파로 인한 NXP, 인피니온의 텍사스 공장 중단 등이 공급부족을 심화시켰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일었던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은 '1년 간격'을 두고 올해 3분기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미국의 유럽, 일본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TSMC에 대한 압박이 강해졌고 TSMC도 생산라인 조정을 통해 반도체 생산물량을 차량용 반도체 쪽으로 돌려 수급차질에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2차 공급차질, 파운드리에서 패키징으로 전이...원인은 동남아 코로나19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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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원인 및 영향' 이슈보고서.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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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은 원재료인 웨이퍼를 전공정 라인에 투입해 포토공정 등을 통해 칩을 찍은 후 이를 개별 칩으로 나눠 패키징하는 후공정까지를 거쳐야 완제품이 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후공정 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 파운드리 회사들은 후공정 전문기업에 제품의 테스트와 패키징은 맡긴다. 고난이도의 기술집약적 공정도 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노동집약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동남아 지역에 후공정 공장이 많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TSMC는 대만 내 후공정 라인을 두고 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 중 상당수가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태국 등에 후공정 라인을 두고 있는데 이 지역에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공장이 셧다운돼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안 전무는 "현재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1년 이상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공정 라인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더라도 이를 테스트하고 패키징할 수 있는 후공정이 멈춰 있으면 공급부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지난 18일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인피니온·ST마이크로·인텔·NXP·TI·온세미 등 50여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지 공장이 위치한 반도체 7대 수출국 말레이시아가 전세계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공정의 13%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이 동남아 지역에서 2차 공급난이 발생하면서 충격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8월 26일 확진자수가 2만 5000명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 그나마 안정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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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1일 확진자 수는 8월에 2만 5000명까지 치솟았다가 하락 추세에 있다./자료출처=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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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백신접종률이 5% 수준이던 말레이시아는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백신 접종을 본격화해 이달 22일 현재 1차 접종률 78.3%, 2차 접종률 72.8%로 크게 개선됐다.

반면 베트남은 지난 22일 현재 1차 접종률은 52.6%이지만, 접종 완료율(2차 백신접종)은 21.3%(약 2073만명)에 불과하다. 10명 중 2명만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얘기다. 태국도 큰 차이는 없다. 태국은 이달 19일 현재 1차 접종률은 54.6%, 2차 접종률은 37.9%(약 2647만명)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되고 후공정 라인의 셧다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숏티지 풍선효과...자동차에서 스마트폰 가전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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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정부가 TSMC 등에 전후방산업의 파급 효과가 큰 자동차용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요구하면서 TSMC가 2020년초 IT 제품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던 생산라인을 다시 한번 재조정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라인에서 다른 제품의 생산을 줄이면서 애플 등이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삼성전자나 TSMC의 10나노 이하 첨단공정은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고가 설비들이다. 문제는 TSMC가 20나노~40나노대 기술로 만들고 있는 일부 IT 제품들로 풍선효과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 등에 압박을 가해 칩이 생산되더라도 이를 패키징하는 후공정에서 병목현상이 생기면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변화하면 반도체 수요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보다 시장이 4배 이상 늘어나면 공급부족은 대규모 시설투자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이 아니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차질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현재는 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는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전달해 현지에서의 셧다운을 줄여야만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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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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