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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뉴웨이브]제2의 오징어게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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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요즘 사람들을 만날 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오징어게임’이다. 넷플릭스의 한국드라마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에서 1위를 달성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소리도 들리고 서비스 불가 지역인 중국에서도 9월 말 기준 오징어 게임 웨이보 해시태그는 종합 조회수 5억8000만 뷰에 이르렀다고 한다. 나아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의장이 오징어게임을 극찬하고, 넷플릭스 주가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 오묘한 기분이다.

인기요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으며,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보기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하다. 기본적으로는 지상파가 아닌 OTT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특성이 언택트 시대 영향을 끼쳤고, 전세계에 거의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화제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코로나시대 그 효과성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또한 표절의 문제와 기존 드라마의 클리쉐와 유사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랜 기간을 준비한 각본과 연출, 좋은 콘텐츠의 힘이 사람들을 움직였다는 점도 공감되는 부분이다. BTS, 기생충 등 한류콘텐츠의 힘은 계속해서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는 듯하다.

콘텐츠의 화제성과 확장성을 놓고 보자면 이야기거리가 많은 콘텐츠일수록 SNS에서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인기요소가 충분하다. 프랑스 파리의 팝업스토어 등장과 함께 아마존, 이베이 등 해외 e커머스에서 오징어 게임 장면을 붙인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판매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메타버스에도 영향을 끼치고 로블록스 상에서 ‘오징어게임(Squid Game)’이라고 명명된 방에서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즐기고 있으니 디지털 확장성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OST, 화려한 미장센을 자랑하는 세트 등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는 매력도 뛰어나다.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MZ세대에게는 흥미로움을 주며 단순함의 코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는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이러한 콘텐츠가 계속 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기도 한다. 해외의 호평과 달리 한국에서 비판이 높은 이유가 ‘신파’와 어디에선가 본 듯한 장면에 대한 실망감이고 보면, 참신한 소재의 발굴이 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기생충에 이어 계급문제를 다룬 주제의식이 화천대유라는 키워드와 오버랩되는 현재 상황에서 승자독식 구조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시각으로만 보기에는 영 불편하다.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자면 어색한 외국어 연기자 등의 문제와 함께 낮은 제작비와 가성비로 거대 플랫폼 기업들만 배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아프게 다가온다. 오징어게임 관련 할로윈 상품들의 판매수익은 중국쇼핑사이트들이 벌어들이고 있으며, 국정감사에서도 오징어게임 관련 중국내 불법유통이 언급되고 있다.

OTT 플랫폼에 맞는 새롭고 참신한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콘텐츠가 쌓아올린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겨냥한 기획과 함께, 내실있게 자기 몫을 챙길 수 있는 영리함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시작점에 막 서있을 뿐이다. 우려도 많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기도 한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힘껏 달리고 싶다.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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