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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KT ‘85분 먹통’, 피해 보상은?… 통신사만 유리한 약관에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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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25일 오전부터 약 85분간 KT발 전국 인터넷 먹통 사고가 발생해 보상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 조선비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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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는 26일 “어제(10월 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장애로 불편을 겪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전날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약 85분간 발생한 유·무선 네트워크 오류(인터넷 먹통) 사태가 일어난 지 하루 만의 최고경영자(CEO) 공식 사과다.

이날 오전 구 대표는 주요 임원과 함께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하고 전날 발생한 사고 원인과 규모, 보상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뒤 이같이 고개를 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인재(人災)’로 추정되는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에 대해 질책한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구 대표는 공식 사과문에서 “KT는 인터넷 장애 초기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외부에서 유입된 디도스(대규모 분산 서비스 거부·DDoS) 공격으로 추정하였으나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최신 설비 교체작업 중 발생한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원인인 것으로 확인했고, 정부의 원인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라고 사고 원인을 공식화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네트워크 경로 설정은 사람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는데, 설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데이터가 쏠리는 병목현상이 나타나 먹통이 됐던 것”이라면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경로 설정 작업은 매우 엄격히 했어야 했는데 여기서 실수가 난 것이고, 이용시간이 가장 많은 주 중 낮 시간대에 설비교체 등 작업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만큼 전반적으로 관리의 문제, 전문성의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사과문에서 “조속하게 보상방안 또한 마련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보상에 나설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KT가 향후 공개할 보상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KT 약관을 보면, 회사 잘못으로 이동전화(스마트폰)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연속 3시간 이상 제공하지 못할 경우 시간당 요금의 6배를 보상하도록 돼 있다. KT 관계자는 “’연속 3시간 이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대로 보상안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면서 “화재가 나면서 물리적 장비 소실 등이 있었던 2018년 아현지사 화재 때보다는 신속하게 나올 것이다”라고 했다.

통신 업계에서는 아현지사 때와 달리 피해규모가 전국적이었던 만큼 가입 고객의 통신비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방식의 보상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다만 “이번 인터넷 먹통에 대해 보상을 하면, 추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5분, 10분 단위의 네트워크 오류에도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보상안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런 보상은 실질적인 수익 타격, 주가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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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남 창원시 한 무인카페에 '네트워크 연결 상태 확인 요망'이라는 알림 메시지가 떠 있다. KT 인터넷 먹통에 따른 것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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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울 아현동 전화국 화재 사건 당시 KT는 피해를 본 17만명의 자영업자들에게 20만~120만원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고객 110만명에게 1개월치 요금을 감면한 바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내고 “약관을 준용해 1시간 서비스 불가에 대한 손해배상을 가정해보면, 9월 말 기준 KT의 무선서비스 가입자 수는 2277만명,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916만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총 73억원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KT의 4분기 추정 영업이익(2910억원)의 2.5%로 미미한 수준이다.

KT가 고객 피해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지 않을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네트워크가 불안정했던 것의 캡처본이나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통한 접속실패 이력, 해당 시간대 꾸준히 증권·코인 매매를 했다는 거래내역, 매출이 올라갔던 내역 등을 통한 평균 손해 산정 등의 방식을 통해 피해 사실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통신사에만 유리한 약관 때문에 피해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약관에 담긴 ‘3시간 기준’의 경우 이런 사태가 터졌을 때 고객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라면서 “통신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넣었다는 점에서 약관규제법상 무효로 추정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KT 초고속인터넷·무선서비스 결합 가입자인 이진욱(가명·40)씨는 “3시간 동안 인터넷이 끊겨야만 배상한다는 약관은 단 몇 분만 끊겨도 일상생활이 멈춰버리는 인터넷 시대에 완전히 동떨어지는 것 아니냐”라며 “누굴 위한 약관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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