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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그날의 진실'은 아직…노태우 별세에 광주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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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참회의 뜻 밝힌 첫 학살 책임자

5·18 당시 발포명령자 등 진실 밝히지 않고 별세

뉴스1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조화를 아들 노씨를 통해 보냈다. 2020.5.29/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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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1980년 신군부의 핵심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5월 광주학살의 책임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생을 마감했다. 향년 89세.

노 전 대통령의 별세를 지켜보는 광주시민들은 착잡한 모습이다. 80년 5·18민중항쟁 유혈진압과 학살 책임의 당사자로 그날의 진실을 밝힐 한 명이 세상을 떠나면서다. 남은 한 명은 광주 학살의 최고 책임자인 전두환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은 광주와 악연이었다. 5·18의 진실을 외면했고, 오히려 '망언'으로 지탄받았다.

하지만 지병이 악화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서 아들 재헌씨를 통해 참회의 뜻을 전하며 애증으로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은 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자신이 지휘하던 제9보병사단에서 2개 보병연대를 동원해 반란을 지원하고 이튿날 쿠데타에 저항하다 쫓겨난 장태완의 후임으로 수도경비사령관(현 수도방위사령부)에 올랐다.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과정에서는 자위권 발동 결정과 헬기 지원 등 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당시 수경사령관으로 5월21일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을 결정했던 회의에 전두환과 함께 참석했다. 5월21일 수경사의 지휘통제를 받는 502대대 소속 공격헬기를 광주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5·18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신군부 핵심 인사 18명과 함께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검찰과 법원은 12·12, 5·17, 5·18을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로 판단했고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징역 17년형 등 핵심 관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사면 후 출소한 노 전 대통령은 5·18민중항쟁과 관련한 망언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95년 10월5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경신회'(경북고 졸업생모임) 주최 간담회에서 "문화대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을 당하고 엄청난 피를 흘렸다'며 "거기에 비하면 광주사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1년 출간한 회고록에서는 "5·18운동은 유언비어가 진범이다.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왔다'는 등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했다"고 왜곡했다.

5·17계엄확대에 대해서도 "서울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치안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신군부의 내란을 합리화해 논란이 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2019년부터 조금씩 바뀌었다. 장남 재헌씨가 잇달아 광주를 찾아 사죄의 뜻을 전하고 회고록 내용 개정 등도 약속하면서 광주 민심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누그러졌다.

재헌씨는 2019년 8월 처음으로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지난해 5월29일 다시 광주를 찾아 '5·18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 제13대 대통령 노태우'라고 적힌 참회의 꽃을 5월제단에 바쳤다.

광주 학살 책임자 중 5월 제단에 헌화하고 사죄의 뜻을 전한 건 노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전두환은 추징금도 안내고 사과 한마디 안하는데 노태우 아들은 잇달아 광주를 찾아 사죄해 고맙기도 하다"는 게 대체적인 광주의 정서였다.

다만 80년 5월 당시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를 비롯해 5·18의 진실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은 데 대해선 안타까움이 컸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진상규명의 마지막 과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가해 당사자가 자백과 증언, 기록물 제공 없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세상을 뜬 게 안타깝다"며 "핵심 인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고있어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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