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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일본인들 반대 속 결혼한 마코 공주…기자회견서 논란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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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쿄 시부야 구청에 혼인 신고서 제출

고무로, 편모 가정·모친 금전 문제 등으로 비판 받아

“남편 유학은 내 요청…모친 문제도 내 방식대로 대응”

CNN “마코 비판은 계급 의식, 여성 혐오의 발로”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 마코 공주가 10년 가까이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에 성공했다. 여성 왕족이 결혼하면 왕적을 박탈하는 일본 법에 따라 마코 공주는 왕족이 아닌 평민 ‘고무로 마코’라는 이름으로 남편의 직장이 있는 미국 뉴욕에서 새 인생을 출발하게 됐다.

마코 공주의 결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의 남자친구는 편모 가정 출신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과 금전 관련 의혹에 시달렸고, 결국 마코 공주는 왕족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그럼에도 마코 공주는 남편을 가리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라고 깊은 사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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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로 게이(사진 왼쪽)과 마코 공주(사진=AFP)




이날 혼인 신고서 제출…기자회견서 “서로 사랑” 강조

26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외신은 마코 공주와 그의 남편 고무로 게이가 이날 오전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도쿄 시부야 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약혼한 지 4년여 만에 정식 부부가 된 것이다. 여성 왕족이 결혼하면 왕적을 박탈하는 일본 법에 따라 마코 공주는 일반인이 됐다.

부부의 연을 맺은 동갑내기의 두 사람은 이날 오후 도쿄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마코 공주는 서두에서 “내 결혼에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생각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라면서 “폐를 끼친 분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라며 “결혼은 우리 마음을 소중히 지키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고무로 또한 “마코 씨를 사랑하고 있다”라면서 “단 한 번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고 싶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던 것은 주위에서 우리를 지지해 주신 분들 덕분”이라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마코 공주 부부는 호적 및 비자 문제가 정리되는대로 고무로의 직장이 있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갈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마코 공주 부부가 11월에는 미국으로 이주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무로는 미국 포덤대 로스쿨을 수료한 뒤 뉴욕의 한 변호사 사무소에 취업한 상태다. 고무로의 초임 연봉은 20만5000달러(약 2억3898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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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로 게이. 머리를 단정하게 하지 않고 ‘꽁지 머리’를 한데다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며 여론의 큰 비판을 받았다.(사진=AFP)




편모 가정·금전 문제…축복받지 못한 연애 과정

마코 공주는 1991년 재위 중인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 친왕의 장녀로 태어났다. 일본의 유명 사립학교인 ‘가쿠슈인’에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일반적으로 일본 왕족은 가쿠슈인에서 대학까지 졸업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지만, 마코 공주는 2010년 4월 개신교 계통의 미션스쿨인 국제기독교대학(ICU) 교양학부 예술과학과에 입학했다.

마코 공주를 바라보는 일본 국민의 시선은 따뜻했다. 왕족답지 않은 검소하고 소탈한 모습이 호감을 샀기 때문이다. ICU 재학 당시 학생식당에서 여러 번 목격되는가 하면 2016년 영국행 비행기에서 이코노미석에 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2017년 마코 공주가 2012년부터 교제하던 고무로와 약혼을 발표하면서 일본 대중은 돌아서기 시작했다. 고무로가 ‘공주의 남자’로는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우선 고무로는 아버지 없는 편모 가정이었던 데다 그의 어머니가 남편 사후 교제하던 남성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고무로가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마코 공주에게 일부러 접근했다는 음모론마저 제기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을 미뤘고 고무로는 2018년 뉴욕 유학길에 올랐다. 두 사람은 어려움 속에도 사랑을 이어갔지만, 고무로가 일본 입국 시 ‘꽁지머리’를 했단 이유만으로 ‘단정하지 못하다’라며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마코 공주는 대중의 비난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혼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 대신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결혼과 관련한 기존 왕실 의례를 대거 생략한 채 혼인 신고만 하고, 결혼을 하는 공주에게 주는 최대 1억5250만엔(약 15억6000만원)의 ‘품위 유지비’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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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 일왕비. 그녀도 결혼 생활을 하며 대내외적인 비판에 시달렸다.(사진=AFP)




마코 부부, 논란 정면 돌파…日 왕실 보수적 사고도 도마에

두 사람은 결혼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마코 공주는 “약혼 발표한 뒤 고무로 씨가 독단적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다”라면서 “그의 어머니 관련 의혹에 대한 대응도 모두 내가 부탁한 방향으로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또 고무로의 뉴욕 유학 관련에 얽힌 의혹도 부정했다. 당시 변호사가 아닌 법률사무소 직원이었던 그가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뉴욕 포덤대 로스쿨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일본 왕실 예비 부마(왕의 사위)’라는 후광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코 공주는 “고무로 씨는 해외에 거점을 마련해 달라는 내 부탁을 듣고 장래 계획했던 유학을 미리 앞당겨 간 것”이라면서 “유학과 관련해 나는 일절 원조를 하지 못했지만, 고무로 씨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노력해 줬다”라고 해명했다.

고무로 또한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어머니의 금전 문제 관련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어머니가 교제하던 분께 합의금을 드리겠다고 제안했고, 그 사람은 합의보다는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라면서 “어머니가 현재 그 사람을 만날 상황이 아니어서 제가 어머니를 대리해 해결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코 공주의 결혼을 두고 일본 왕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CNN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마코 공주에 가해지는 비판을 두고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평민’은 왕족의 배우자가 될 수 없다는 일본인의 계급 의식, 여성 혐오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나루히토 일왕의 아내인 마사코 왕비는 남자아이를 낳지 못해 왕실 내외에서 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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