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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차등점수제' 발주기관 부담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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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찰사업에서 기술점수의 변별력을 높이는 차등점수제가 소프트웨어(SW) 분야에 처음 적용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업무협업지원시스템' 구축사업에 차등점수를 도입한다. 법무부와 국민연금공단도 추진한다. 그동안 저가 출혈경쟁을 빚은 SW 공공사업이 기술경쟁 중심으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차등점수제는 제안서 평가점수로 입찰자 순위를 정하고, 순위에 따라 고정점수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술점수+가격점수'로 구성되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서 기술점수 차등 폭을 넓혀 가격 후려치기에 따른 출혈경쟁을 막자는 게 도입 취지다.

대구지방기상청이 이달 초 '국립대구기상과학관 3전시관 전시체험 시설 설계 및 제작·설치' 입찰에 차등점수제를 처음 적용했다. 실제로 이 입찰에서 가격점수에서는 뒤졌지만 기술점수에서 앞선 기업이 수주하면서 차등점수제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SW 업계는 제도 도입을 바라고 있다. SW 사업은 기술점수 차이가 소수점 아래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결국 저가의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가 경쟁은 공공사업 부실화와 기업 경영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차등점수제 도입에는 걸림돌도 많다. 당장 발주기관에선 예산 절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차등점수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아직 마련된 것도 아니다. 이 같은 문제는 발주기관 담당자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 자칫 사후 평가와 감사에서 지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감안, 올해 말까지 '차등점수제 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취지가 좋아도 발주기관에서 외면하면 무용지물이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기술점수 비중을 80%에서 90%로 올렸지만 여전히 저가 입찰이 횡행한 사례도 있다. 제도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운용의 묘'가 중요한 셈이다. 적어도 발주기관 담당자에게 '뒤탈'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게 먼저다. 운용의 묘를 잘 살릴 수 있는 세세한 기준과 함께 발주기관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 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발주기관 담당자가 부담을 느끼면 제도는 뿌리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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