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점수제는 제안서 평가점수로 입찰자 순위를 정하고, 순위에 따라 고정점수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술점수+가격점수'로 구성되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서 기술점수 차등 폭을 넓혀 가격 후려치기에 따른 출혈경쟁을 막자는 게 도입 취지다.
대구지방기상청이 이달 초 '국립대구기상과학관 3전시관 전시체험 시설 설계 및 제작·설치' 입찰에 차등점수제를 처음 적용했다. 실제로 이 입찰에서 가격점수에서는 뒤졌지만 기술점수에서 앞선 기업이 수주하면서 차등점수제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SW 업계는 제도 도입을 바라고 있다. SW 사업은 기술점수 차이가 소수점 아래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결국 저가의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가 경쟁은 공공사업 부실화와 기업 경영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차등점수제 도입에는 걸림돌도 많다. 당장 발주기관에선 예산 절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차등점수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아직 마련된 것도 아니다. 이 같은 문제는 발주기관 담당자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 자칫 사후 평가와 감사에서 지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감안, 올해 말까지 '차등점수제 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취지가 좋아도 발주기관에서 외면하면 무용지물이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기술점수 비중을 80%에서 90%로 올렸지만 여전히 저가 입찰이 횡행한 사례도 있다. 제도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운용의 묘'가 중요한 셈이다. 적어도 발주기관 담당자에게 '뒤탈'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게 먼저다. 운용의 묘를 잘 살릴 수 있는 세세한 기준과 함께 발주기관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 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발주기관 담당자가 부담을 느끼면 제도는 뿌리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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