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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한국은 쫓겨날까 걱정인데…미국은 300만명 자발적 조기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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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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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브랜드 30% 할인, 세포라 컬렉션 40% 할인, 상시 뷰티 교육, 연습용 화장품 무료….'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유명 화장품 유통체인 세포라 매장이 직원 채용을 위해 내건 혜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인력난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최근 물류 대란의 원인도 트럭 기사 부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실업자 수는 767만명이다. 매달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2월(572만명)에 비해서는 여전히 실업자가 200만명 안팎 많다. 영구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인구는 9월 기준 230만명으로 지난해 2월 대비 95만3000명 많다.

실업자는 여전히 많은데, 왜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실업수당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급해온 주당 300달러의 실업급여가 9월 종료됐는데도 여전히 미국인 수백만 명은 일터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이 문제를 분석한 결과 약 300만명이 예상 밖에 은퇴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렸다.

25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겔 파리아 에 카스트로 세인트루이스 연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조기 은퇴한 미국인이 평상시보다 300만명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525만명이 일자리를 떠났고, 이 중 절반이 넘는 300만명이 은퇴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층과 주식·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젊은 층이 동시에 조기 퇴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정적인 배당소득과 임대소득을 확보한 젊은 은퇴자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재산 규모를 늘린 젊은 층이 많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을 활용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도 많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건물 수익률을 밑돌기 때문에 종잣돈이 있으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더라도 팬데믹 이후 가족의 소중함을 재발견해 은퇴를 택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소득층일수록 육아 문제가 일터 복귀를 막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고소득층은 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지만, 중산층은 비싼 인건비를 주면서 육아를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5세 미만 자녀가 안전 문제로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어려워지면서 무급휴직, 병가, 퇴사를 택한 사람이 700만명에 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 보도했다.

미국유아교육협회(NAEYC)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80%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보육 아동 수를 줄였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아예 폐쇄한 어린이집도 부지기수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은 이런 상황에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직종일수록, 어렵고 위험한 일일수록 더욱 사람을 고용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편 결과 노동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현장 근무 인력 감소로 이어져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물류 대란이 2022년은 물론 그 이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의심할 이유들이 있다"면서 "공급 부족·지연이 올해 크리스마스와 연말 쇼핑에 영향을 줄 것이며 중요한 물품은 더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NYT는 "컴퓨터의 경우 선주문이 몰리며 공급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니 워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물류 대란과 높은 물류 비용은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장 미국 항구들의 구조적인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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