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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국민의힘 여론조사 문항 ‘4지선다’ 결정···논란 일단락 속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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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여론조사 소위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이 26일 선관위 회의를 마친 뒤 결정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예비후보 4명 중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설 후보로 국민의힘 예비후보 중 누가 경쟁력이 가장 강한가’라는 질문에 선택지 4명을 제시하는 4지 선다형을 골자로 하는 여론조사 방식을 의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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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6일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여론조사 문항을 4지선다형으로 결정했다. 홍준표 의원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당 안에서 나온다. 1대1 가상대결 방식을 주장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여론조사 문항 논쟁은 일단락됐다. 다만 각 후보 캠프에서는 결정된 문항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본경선 여론조사 문항을 의결했다. 선관위 산하 여론조사 소위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대1 가상대결을 전제로 해서 질문을 하고 본선경쟁력을 묻는 방식”이라며 “질문은 하나”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여론조사 문항은 여야 통틀어 공개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선관위 설명을 종합하면 ‘이재명·원희룡, 이재명·유승민, 이재명·윤석열, 이재명·홍준표 후보(가나다 순)가 대결한다면 어느 후보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인가. ①원희룡 ②유승민 ③윤석열 ④홍준표’ 식의 문항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선관위 회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 국민의힘 후보가 대결한다면 어느 후보가 경쟁력 있는 후보인가’를 네 명의 후보별로 각각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네 명의 후보 중 어느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후보인가’를 한 번만 물어봐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날 선관위의 결정은 절충안에 가깝지만 문항이 4지선다형 하나라는 점에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의견이 좀 더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있다.

선관위의 절충안을 놓고 윤 전 총장, 원 전 지사, 홍 의원 후보 캠프는 “선관위 결정을 수용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다만 각 후보들은 절충안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 전 의원과 홍 의원 측은 문항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중도층은 응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우려한다. 유 전 의원 캠프의 유경준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설문이 길어지면 중도층 지지자들은 (중간에) 전화를 끊을 확률이 높고, 정치적 성향이 강한 사람만 응답할 확률이 높다”며 “수용 가능성 측면에서 중도층에게는 굉장히 좋지 않은 설문”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원칙대로 하면 되는데, 정치적으로 결정하다보니 유권자들의 수용가능성, 수월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 산물이 나온 것”이라며 “이런 의견을 선관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 캠프 정장수 총무본부장도 통화에서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고민도 충분히 알겠다”면서도 “질문이 너무 길어지면 유권자가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기 어려워지게 되고, 중도층이 응답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과 원 전 지사 캠프 측도 불만을 보였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권교체에 반대하는 지지자를 빼고 4지선다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역선택을 방지하기 어려워서 아쉽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 캠프 관계자도 “절충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4지선다 아니냐”며 “불만족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문항으로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어느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면 1대1 가상대결이든 4지선다든 유사한 문항이 돼서 후보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원 전 지사의 경우 4지선다형으로 조사하는 경우 지지율이 적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전문위원도 “여론조사 문항의 ‘워딩’은 선거를 좌우할 정도의 변수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ARS 조사인지 전화 면접 조사인지 여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기계음이 질문하는 ARS 조사에 응답하는 사람일수록 정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일 확률이 높아서 윤 후보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3~4일 실시하는 여론조사와 다음달 1~4일 진행하는 당원투표를 각각 50%씩 합쳐 5일 전당대회에서 최종대선 후보를 결정한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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