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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직권남용 공방으로 튄 대장동 사건…의혹 커진 황무성 ‘사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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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황무성 전 사장과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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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초대 사장이 외압으로 중도 퇴진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지시한 사람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게에서는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여러 표현을 근거로 ‘직권남용’이나 ‘강요’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임기(3년)가 1년 7개월 정도 남은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쓰라고 압박한 공사 사업개발본부장 유한기씨에게 누군가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면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녹음 파일에는 “지휘부” “시장님 명” 등의 표현이 나온다. 황 전 사장의 임면권자인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후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님 명”으로 사퇴한 황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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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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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얘기입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표를 쓰라고 했다는 대상으로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과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도 거명됐다. 황 전 사장은 전날(25일) 중앙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나가라고 한 것으로 이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사퇴 압박이 있던 날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라는 점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주일 뒤인 2015년 2월 13일 공사는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져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올린다.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강요한 것이 대장동 사업을 진척시키기 위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공사의 한 관계자는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저 XX는 신경 쓰지 마라. ‘2층 사장(시장)’하고 다 이야기돼서 내쫓기로 했다’고 말하고 다녀서 황 전 사장이 중간에서 물러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엇박자를 내는 황 전 사장을 지휘부가 내친 것 같다”는 게 이 관계자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황 전 사장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왜 그만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며 관련 의혹에 선을 그었다. 정 전 실장의 관여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누구와도 황 사장 거취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황 전 사장의 녹음 파일이 공개됨에 따라 직권남용 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 전 사장은 “검찰과 경찰의 요청에 따라 녹취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대장동판 ‘블랙리스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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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이번 의혹이 문재인 정부 초기 환경부에서 벌어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2017∼2018년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낸 뒤 공석이 된 자리에 청와대·환경부 연관 인사를 앉힌 혐의로 기소돼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았다. 권경애 변호사(법무법인 해미르)는 페이스북에 “(황 전 사장 사례는) 명백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라고 본다”며 “김 전 장관이 이런 행위로 유죄를 받았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황 전 사장의 중도 사퇴와 관련해 이 후보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전날 고발했다. 그는 황 전 사장 사퇴 전인 2015년 1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와 유 전 본부장이 함께 호주 여행(견학)을 다녀온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호주에 다녀온 후 황 전 사장이 잘리고 화천대유가 설립되고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사라진다. 여행을 계기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했다. 이어 “황 전 사장에 대한 신임이 그때 유지되고 있었다면 여행은 유 전 본부장이 아니라 황 전 사장이랑 가야 하지 않나”라며 “당시 호주 여행은 선진 교통 견학이고 공사도 트램 관련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황 전 사장만 쏙 빼고 10명 넘는 측근이나 업자가 갔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의 사퇴를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황 전 사장이 호주 출장에 동행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혜선·석경민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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