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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철우의 과학풍경] 기후변화 원인, 과학계에선 논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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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철우ㅣ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의 결과인가?’ 이런 설문 문항은 기후변화 인식 여론조사에 곧잘 등장한다. 지난해 나온 국제여론조사네트워크 윈(WIN)과 한국갤럽의 39개국 조사에서도 이 문항은 중요하게 다뤄졌는데,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논쟁적 여론의 동향은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이기 때문인 듯하다.(동의 비율은 세계 평균 84%, 한국 93%였다. 올해 조사에는 이 문항이 없다.)

기후변화를 ‘논쟁’의 프레임으로 다루는 기후변화 회의주의는 2010년대 기세를 높였다. 회의주의는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태양 활동 같은 자연 변동을 주목하며 인간의 영향을 반박하는데, 2009년 11월 기후과학자들의 이메일이 해킹되어 공개되면서 벌어진 ‘기후 게이트’ 이후 한때 확산했다. 회의주의는 기후변화가 불확실하며 과학자들은 논쟁 중이라는 점을 부각해왔다.

그런데 현실 과학자 사회에서 기후변화 원인 논쟁은 사실상 없다는 조사결과가 최근 나왔다. 원인을 두고 논쟁하는 논문은 찾기 힘들며,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계의 합의를 99% 넘는 논문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연구 레터스>에 실린 논문을 보면,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심사절차를 거쳐 발표된 2012~2020년의 기후변화 관련 과학 논문 8만8125편에서 무작위 표본 추출로 3000편을 뽑아 분석했다. 거기에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반박하는 논문은 4편에 불과했다. 다른 검색과 통계 분석을 써서 교차 검증한 결과에서 합의 비율은 가장 높을 때 99.9%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2013년 다른 연구진의 조사결과에서 그 비율이 9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후변화 회의주의는 적어도 과학 논문들의 무대에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눈을 대중매체와 정치 영역으로 돌리면 이와는 다른 격차를 볼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증거는 계속 쌓이지만, 기후변화 원인을 논쟁적 상황으로 되돌리려는 경우는 여전히 있다. 미국 정책연구단체(CAP)에 따르면 현재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치인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상황도 아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과학 논쟁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정치 논쟁은 이어지는 셈이다.

다음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197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을 현실 과학과 정치의 문제로 다룬다. 과학적이며 정치적인 기후위기 위험 앞에서 인식의 격차를 어떻게 좁힐 것이냐도 풀어야 하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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