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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신매매 범죄 알고도 눈감아” 폭로에 흔들리는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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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내부고발자, 영 의회서 증언
NYT 등 폭로 문건 잇단 보도
3분기 순이익 17% 성장에도
창사 이후 ‘최대 위기’ 전망



경향신문

“페북은 분노와 증오로 컸다” 페이스북 수석 제품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이 2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사용자의 정신건강과 유해 콘텐츠 규제보다 수익을 우선시해 온 페이스북의 이면을 폭로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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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창사 1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용자의 정신건강과 유해 콘텐츠 규제보다 수익을 우선시해 온 페이스북의 이면을 폭로하는 내부 문건이 미국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2019년 중동에서 자사 플랫폼이 가사노동자 인신매매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될 뻔한 일도 밝혀졌다.

페이스북 수석 제품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2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지난 5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하우건은 영국 의회에서도 “분노와 증오는 페이스북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서 조회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페이스북의 운영 방식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사람들에게 더 많이 전달되도록 하고 있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페이스북을 그만둔 하우건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부고발을 하면서 수만쪽에 달하는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제공했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 17개 주요 언론 컨소시엄도 이날부터 ‘페이스북 페이퍼스’란 제목으로 폭로 문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CNN은 폭로된 문건들이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습격 사건 관련 페이스북의 역할, 2018년 문제제기 이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페이스북을 통한 인신매매 등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AP통신은 2019년 필리핀의 한 가사노동자가 인신매매로 중동에 팔려가 학대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페이스북이 “확인된 학대 행위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는 내부 문서를 확보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인신매매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애플 앱스토어에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단속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아랍어로 ‘하녀’를 검색하면 나이, 가격과 함께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여성들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쿠웨이트에 팔려간 한 여성은 AP통신에 “나는 동물처럼 한 주인에서 다른 주인에게로 팔려갔다”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더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나와 비슷한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3분기에 매출액 290억1000만달러(약 33조9000억원), 주당 순이익 3.22달러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35%, 순이익은 17% 성장했다.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앞으로 논란은 페이스북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로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우건은 소셜미디어를 전문적으로 규제하는 감독기구 설치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에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여부도 뜨거운 쟁점이다. 반면 과도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CNN은 페이스북 규제 필요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제 논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워싱

턴 | 김재중 특파원·김윤나영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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