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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절대고수 사라진 게임무림…'오딘'으로 판 뒤집는 카카오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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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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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최대 규모 게임전시회 '지스타2021' 참여 기업에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로 대표되는 한국 게임업계 '3N'이 보이지 않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3N'이 동시에 지스타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수익 모델 논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집중된 장르 편중 현상 △중국 게임의 약진 △게임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 등 각종 악재 속에서 메이저 게임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N이 사라진 자리는 한국 게임업계 신흥 강호로 떠오른 카카오게임즈가 대신하게 됐다. 올해 게임업계 최고 화제작인 '오딘 : 발할라 라이징(오딘)'으로 게임시장을 평정한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100석 이상의 대형 전시관을 꾸리는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크래프톤, 그라비티 등이 40석 이상의 대형 부스를 꾸려 한국 게임산업의 건재함을 알린다.

◆ 흔들리는 '3N 체제'…'오딘' 앞세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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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독주 체제 몰락이다. 또 다른 대형 게임사인 넥슨과 넷마블까지 각종 이슈로 주춤하는 사이 중형 게임사들이 흥행작을 앞세워 세력을 키우면서 게임업계 판도가 송두리째 뒤바뀌고 있다. 단연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3N'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게임업계 최고 화제작인 '오딘'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MMORPG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신작과 스포츠 분야 신사업으로 업계 판도를 바꾸겠다는 게 이 회사의 야심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주력 게임의 장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MMORPG 장르에서 '오딘'이 매출을 최대한 책임진다면, 스포츠 게임 장르에 '라이언' '어피치'와 같은 카카오프렌즈 유명 캐릭터들을 더해 골프를 즐기는 '프렌즈샷: 누구나골프', 핀볼 게임 방식을 응용해 자신의 캐릭터를 날려 적을 쓰러트리는 RPG인 '월드 플리퍼' 등으로 구색을 갖춰 종합 게임사로서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 '오딘'으로 대박…3분기 실적부터 반영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오딘'은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다. 지난 6월 말 출시 직후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3개월 넘게 1위 자리를 내려놓지 않았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제친 성과다. '오딘'의 흥행 요인으로는 북유럽 신화라는 낯선 소재를 생생하게 담아낸 고품질 그래픽이 꼽힌다. 특히 오딘은 신규 지식재산권(IP)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타사가 개발한 대작 게임들을 유통하면서 이익을 거뒀을 뿐 자기 게임이 없다는 평가가 뼈아팠던 카카오게임즈다. 하지만 '오딘'은 카카오게임즈가 투자한 관계사에서 개발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내부에서는 "드디어 터졌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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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비로소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카카오게임즈가 이 같은 상승세를 얼마나 이어 갈 수 있을지에 모인다. 카카오게임즈는 그동안 '검은사막' '배틀그라운드' '가디언 테일즈'를 서비스하며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역량을 키워왔다. 하지만 타사 인기 게임의 유통·배급 등 퍼블리싱에만 특화된 게임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자체 대박 게임'에 목마른 상태였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이후 첫 게임으로 블루홀의 PC MMORPG '엘리온'을 선보였지만 국내에선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1분기 영업비용 1145억원의 절반이 넘는 603억원을 지급수수료로 쓰며 자체 IP가 없는 설움을 겪기도 했다. '오딘'을 제작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분 21.6%가량을 가지고 있는 관계사인 만큼 퍼블리싱 위주라는 카카오게임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2분기 매출 1295억원, 영업이익 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약 21.5%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이 49.5%로 반토막 나면서 시장 예측보다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투자업계와 게임업계에선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믿는 구석'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본격적인 '오딘 효과'는 3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 게임·스포츠 양 날개로 전 세계 시장 공략

카카오게임즈는 게임과 스포츠 양 날개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주력인 게임사업에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해외 시장에서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다는 계획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는데, VR(가상현실) XR(확장현실)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 발전과 함께 향후 게임 분야와의 시너지도 염두에 둔 행보다. 게임 기술력에 스포츠·통신장비를 결합해 위치기반, VR, AI(인공지능) 등으로 스포츠와 게임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나올 것이라는 게 이 회사 계산이다. 카카오VX, 라이프엠엠오, 세나테크놀로지와 같은 자회사들과 다양한 서비스 연계를 통해 '플레이(Play)' 영역인 스포츠 분야에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영역을 개척할 사업적인 다각화도 중장기적으로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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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카카오VX가 견인하고 있는 기타 매출은 골프 산업의 호황과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브랜딩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하며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약 66% 증가한 264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스크린골프 자회사인 카카오VX를 통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골프 외 스포츠 분야에서도 다양한 투자를 이어 가며 기반을 다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7월 스포츠 무선통신기기와 스마트 헬멧을 생산하는 스포츠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세나테크놀로지' 지분 54.5%를 952억원에 인수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는 "세나테크놀로지 장비를 통해 게임에서 동작 인식 장치 역할을 확장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골프를 시작으로 스포츠 전체의 디지털 전환(DT)을 이뤄내는 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에이투빗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웨이투빗에 대한 투자와 합병은 블록체인 기술력을 미리 확보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진행했고, 중장기적으로 시너지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김범수 사단 모인 카카오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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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대표


카카오게임즈의 최고 수뇌부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오랜 인연들이 주축이다. 남궁훈 대표는 김범수 의장이 몸담았던 삼성SDS 출신으로, 한게임 초창기에 직접 PC방을 돌아다니며 영업하는 등 김 의장과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키운 인물이다. 당시 김 의장은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남궁 대표는 그의 후배로 함께 일했다. 1997년 김 의장이 창업을 하겠다며 멀쩡한 대기업 삼성SDS를 때려치우고 PC방을 차렸을 때 동고동락한 인물이 바로 남궁 대표다.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또한 김 의장과 함께 삼성SDS에 있다가 한게임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2012년 창업한 스크린골프업체 마음골프(현 카카오VX)가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되면서 다시 김 의장과 손을 잡았다. 카카오게임즈의 모태는 2015년 남궁훈 대표가 이끌던 게임사 '엔진'이다.

3N을 압도하는 종합 게임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자체 게임 개발보다 퍼블리싱에 치우친 사업 구조는 이익이 적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 카카오게임즈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다. 플랫폼 수수료와 지급 수수료도 걸림돌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플랫폼 수수료 가운데 구글과 애플에 지불하는 모바일 게임 수수료는 1000억원에 달하고, 크래프톤 등에 지급하는 개발사 로열티는 약 1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남궁 대표는 기존 채널링 사업 구조를 퍼블리싱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게임 사업 구조를 개편해 왔고 성공적으로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궁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세계 시장으로 출시할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며 "국내외 캐주얼 게임사들에 대한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펼쳐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가 3N을 넘어 게임과 스포츠를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남궁 대표는 올해 한 예능 방송에 출현해 "일상이 게임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 만큼 나이키와 같은 아웃도어 스포츠 회사를 경쟁사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전은 세워졌고, 액션이 남은 상황이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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