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조사 불응’ 손준성 구속영장도 기각…공수처 수사 빨간불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원 “구속 필요성·상당성 부족”

체포영장 기각 뒤에도 조사 안 받은

손준성 ‘방어권 보장’ 요구 받아들여


한겨레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47·사법연수원 29기)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사전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범여권 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고발장 작성·전달자로 손 검사를 지목해 온 만큼, 구속수사를 통해 사건 실체를 파악하려던 공수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수처 수사력에 대한 의문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의 역공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6일 밤 10시40분께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손 검사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경과 및 손 검사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손 검사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줄곧 조사에 응하지 않아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손 검사 쪽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사 않고 구속영장 청구한 공수처의 ‘자충수’?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손 검사는 바로 풀려났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23일 손 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선거 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 검사 구속 여부가 고발 사주 의혹 수사의 갈림길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이 직접 나와 1시간가량 범죄사실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20일 손 검사 체포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으나 기각당한 바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출석을 약속한 10월22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손 검사가 출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체포영장 기각 뒤 공수처 예상처럼 손 검사가 또다시 조사에 불응했지만, 법원으로서는 체포영장을 기각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며칠 뒤 발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가 조사도 하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손 검사 쪽 주장도 방어권 보장을 중시하는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손 검사가 조사에 계속 불응하는 상황이어서 판사 앞에서 손 검사 소명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지만, 법원은 손 검사의 불응 태도가 구속수사할 만큼은 아니라고 봤을 수 있다.

‘손준성 보냄’ 등 증거, 그리고 현직 검사


반면 공수처가 이미 관련 증거 등을 어느 정도 확보한 만큼 불구속수사를 해도 증거인멸 가능성는 낮다고 법원이 판단했을 수도 있다.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 “저희가 고발장 초안을 만들겠다”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17분 분량 녹취파일 등 구체적 물증, 손 검사 지시를 받아 고발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는 수사관과 파견검사 진술 등을 확보했다. 손 검사가 추가로 인멸할 증거가 없고 현직 검사로서 도주할 우려도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손 검사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수사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힌다는 점에서 그가 속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확정되는 11월5일 이후부터는 공수처 수사가 자칫 야권 대권 주자에 대한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손 검사가 자신의 조사 일정을 11월5일 전후로 공수처에 요청했었던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손 검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조사 일정을 계속 미루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수사 역시 순탄하게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윤 전 검찰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에 대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공수처 수사는 정치적으로 읽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