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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국가안보, 의료정책, 그리고 제도권 정치… 그의 논쟁적 삶[주목! 메디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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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대집

최대집 전 의협 회장 자전 에세이

한국 사회 ‘악성 종양 4기’로 진단

2017년 이후 4년간의 고민 집약

동아일보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최근 자전적 에세이집 ‘나는 최대집’을 출간했다. 이 책은 최 전 회장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의 삶 자체가 투쟁의 역사이기에 자칫 긴박감 넘치는 볼거리와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의사로서 평탄한 삶을 마다하고 스스로의 삶을 코너로 몰며 치열한 삶을 택한 것도 그 자신이었으니. 안보투쟁을 중심으로 한 애국운동과 의료 정책운동 등 20년 내외의 공적 활동이 그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사적으로는 중등·대학 학습의 과정, 사상의 확립 과정과 편력이 수록돼 있고, 그에게 평생 깊은 영향을 끼친 어머니 이야기도 담았다. 아내와 가족 이야기도 있다. 진료에 대한 그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절반을 훌쩍 넘은 그의 인생에서 개인사적으로도, 공적 활동의 역사로도 거칠고 험난한 여정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처한 국가적 위기의 정도를 암이란 질병에 비유해 표현한다면 악성 종양 3기, 아니 어쩌면 회생 불가능한 악성 종양 4기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고 진단한다. 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고 완치 가능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한 진단과 치료의 골든타임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 위기는 정밀하게 진단하고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저자는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주어진 시간을 있는 힘껏 활용해 위기를 돌파하라고 제안한다.

1장은 애국운동인 안보 투쟁에 초점을 맞췄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불온한 세력에 맞서 전쟁을 방불케 했던 ‘목숨을 건 투쟁’ 이야기를 들려준다. 2장에서는 주로 개인의 사상 확립과 단련기를 다뤘다. 저자는 열 살 남짓의 나이에 경험한 ‘존재의 불안’과 열일곱 살에 강렬한 허무를 체험한다. 이 체험은 온갖 난관에 부딪치며 사상을 모색하기 위한 저자의 격렬했던 사유 투쟁과 사상 정립, 이후의 단련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놀랍게도 이 두 체험은 그의 삶을 180도 바꿔놓는 역할을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병역의 의무를 하던 그를 진료실이 아닌 애국운동의 현장으로 이끈다. 그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장과 4장에서는 의료 정책 투쟁과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서의 활동이 수록돼 있다. ‘박치기’ 사건의 전말을 포함해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 사건, 백남기 사망사건, 100년 만의 펜데믹 감염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분량이 들어 있다.

5장에서는 오랜 기간 투병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라는 이름에는 깊은 슬픔이 스며 있다. 그에게 어머니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살피는 일은 이 책의 중요한 실마리다. 6장은 그의 청소년 시절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할애했다. 7장은 가족 이야기다. 그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단체활동을 가족생활이라고 말한다. 행복과 기쁨의 가장 큰 근원이 가족생활에 있다는 얘기다.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엿볼 수 있다.

8장은 의사로서의 진료 이야기다. 의사는 분명 환자에게 질병의 진단과 치료로 큰 이익을 끼치는 반면 환자들에 의해 성장해 가며 더 훌륭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어 가는 자신의 경험담이 담겼다. 9장에서는 대한민국을 바꿀 거대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며 자신의 궁극의 여정을 덧붙였다. 그는 2017년 상반기부터 제도권 정치를 해야겠다는 명확한 결심을 한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현직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이후부터 수개월간 곰곰이 생각한 결과였다. 그의 최종 종착지는 국민을 치유하는 것이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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