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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엄근진’은 잊어라”… 악수정치 저물고 SNS로 소통한다 [국민의힘 경선주자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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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공중전’ 전략과 보완점

‘정책드라마’ 열연 원희룡

부동산 중개업자 연기하며 공약 소개

‘대장동 1타강사’ 콘텐츠로 호평받기도

‘라방’ 나선 유승민

‘오늘밤, 유승민입니다’로 시민들과 만나

유튜브·인스타 라이브 활용 적극 스킨십

친근함 어필하는 윤석열

자신 닮은 만화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먹는 영상 눈길

솔직함 내세운 홍준표

유튜브 ‘TV홍카콜라’로 꾸준히 소통

이슈 터질 때마다 페이스북 적극 활용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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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공중전’은 이미 선거 주요 전략이 된 지 오래다. 평소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하던 정치인도 유튜브에선 배우로 열연을 펼치고 ‘라방(라이브 방송)’을 켜 시민과 소탈하게 대화한다. 악수 정치로 대표되는 ‘지상전’은 저물고 SNS와 미디어를 통한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다음 달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에서 후보 4인(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후보·가나다순)의 성적을 가를 캠프별 공중전 전략과 보완점을 26일 들여다봤다.

◆元, ‘정책드라마’ 열연하고 ‘대장동 1타강사’로 주목

원 후보는 경선 초반만 해도 낮은 인지도 탓에 주목받지 못하며 본경선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원 후보 캠프는 ‘한 방’의 파급력이 큰 SNS를 통해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콘텐츠에 주력했다. 원 후보가 부동산 중개업자를 연기하며 반반주택 공약을 소개한 정책드라마 ‘희룡 부동산’은 첫 편부터 조회수 12만회를 기록했다.

특히 대장동 1타강사 콘텐츠로 소위 대박을 쳤다. 원 후보가 캠프 관계자들에게 대장동 사태에 대해 설명하던 중 즉석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학력고사 수석 출신 원 후보의 대장동 의혹 강의 영상은 “일목요연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누적 조회수 500만회를 넘겼다. 박기녕 캠프 대변인은 “두 콘텐츠 모두 국민들께 쉽게 다가가려고 했던 점에서 주효했다”고 말했다. 다만 본경선을 열흘 앞두고 유튜브만으로는 ‘양강’ 구도를 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력을 받은 원 후보가 도를 넘은 비방전을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김관옥 교수는 “1타강사로 분위기가 올라가면서 무리수를 둔다. 부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소시오패스”라고) 한 선을 넘는 공중전은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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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 라이브 소통으로 ‘정책 강점’ 승부

유 후보는 자신에게 각인돼 있던 ‘선비’, ‘교수님’ 이미지를 깨기 위해 유튜브·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활용하고 있다. 온화한 모습에서 나오는 “재미없을 것 같다”는 인식을 약점으로 받아들이고 유권자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선 것이다. 유 후보는 인스타 얼굴 필터 기능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인터넷방송 BJ처럼 참가자들의 아이디를 일일이 불러준다.

유 후보는 최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오늘 밤, 유승민입니다’를 진행하며 부동산정책, 지역할당제 문제 등과 관련한 시민들의 즉석 질의에 답했다. 권성주 캠프 대변인은 “경제 전문가로 정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각본 없는 소통으로 ‘가장 준비된 후보’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손바닥 왕자(王)’ 논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등 온화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과정에서 식상한 네거티브를 보여준다는 비판도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주술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후보가 많지 않은데 테마를 잘못 잡았다. 한두 번이면 모르지만 이런 걸 계속하면 사람들은 식상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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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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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친근함으로 산토끼 공략→‘이재명 이길 적임자’

윤 후보는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 직후 공식 페이스북과 반려견 인스타그램을 잇따라 만들었다. 자신을 닮은 만화 캐릭터 ‘엉덩이 탐정’ 그림,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민초단 인증’ 영상을 올리며 칼잡이 검사 이미지와 대비되는 친근함을 내세웠다. 반문재인을 기치로 정치에 나섰지만 ‘국민통합’을 선언하는 등 MZ세대와 중도층을 아우르는 지지율을 얻어 경선 레이스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후 ‘민지(MZ)한테 연락 왔어’ 영상이 “꼰대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최근 ‘개 사과 사진’ 논란이 불거지는 등 SNS 관리에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김형준 교수는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와 정책적인 부분이 중점이 돼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되다 보니 이미지 변화 마케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이 후보를 상대할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민주당 이 후보 선출 이후 윤 후보의 페이스북 글 대다수는 “조폭 프렌들리 정치를 끝장내겠다”는 등 대장동 사태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지고 있다. 본경선을 앞두고 자당 후보를 비판하기보단 지속적인 ‘이재명 때리기’ 메시지로 당심 잡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김인규 캠프 부대변인은 “대장동 이슈가 워낙 큰 사안으로 야당이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이 기조에 맞춰 통일된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경우도 네거티브에 치우친다면 약점인 정책 비전을 다시 지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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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솔직함으로 다가가는 ‘홍카콜라’

홍 후보는 보수정당의 취약 지지층으로 꼽혀온 2030세대 지지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솔직한 모습으로 공감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홍 후보 캠프 설명이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젊은층을 겨냥한 유튜브 ‘TV홍카콜라’를 만든 홍 후보는 꾸준한 라이브 소통으로 후보들 중 압도적으로 많은 53만명의 구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엔 부인 이순삼 여사도 유권자들과 소통을 위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이런 전략은 페이스북에서도 잘 나타난다. 홍 후보는 대장동 사태, 윤 후보의 실언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곧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감없이 생각을 전하고 여론에 반응했다. 모든 글을 직접 작성한다는 점도 여느 정치인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캠프 관계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침없는 모습에서 별명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처럼 “시원하다”는 호응을 얻었지만,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수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점과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모습은 리스크로 지적된다. 김관옥 교수는 “홍 후보는 SNS로 정책을 내세우기보단 타 후보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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