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앞으로 10년 메타버스가 산업을 바꾼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유니티 코리아 김인숙 대표가 5일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211005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게임의 절반, 매출 상위 1000대 게임 중 71%가 쓰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실시간 3D(3차원) 게임 등을 제작할 수 있는 게임 엔진 유니티(Unity)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2004년 게임사로 출발한 유니티는 현재 2D 게임뿐 아니라 가상·증강(VR·AR) 등 3D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의 강자로 성장했다. 유니티 엔진은 미국 에픽게임즈의 언리얼(Unreal) 엔진과 함께 세계 시장을 양분 중.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후엔 메타버스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당 당시 주당 60달러였던 주가는 26일 현재 145달러로 2배 이상 뛰어 시가총액은 412억 달러(48조원)를 넘어섰다.

중앙일보 팩플팀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유니티코리아 사옥에서 김인숙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2~3년 내 찾아올 메타버스 세상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유니티도 앞으로 10년을 메타버스에 걸었다"고 했다.

중앙일보

김인숙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대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디지털 트윈, 제조업을 바꾸다



Q : 게임업계 밖에선 유니티를 잘 모를 수 있다. 유니티의 핵심은?

A : 실시간 3D 에디터(개발도구)를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해 콘텐트 제작을 돕는 게 유니티의 핵심이다. 최근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을 보니 게임개발자인 남자주인공이 유니티를 쓰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게임 산업에서 유니티는 이미 보편적인 도구이고 최근엔 가상 상황의 시각화, 시뮬레이션, 테스트에도 많이 쓰인다. 진출 10년째인 한국에서만 이미 1000여 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Q : 기업은 유니티를 어떻게 활용하나.

A : 게임 빼고 말해보자.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와 SK텔레콤의 ‘이프랜드’도 유니티 엔진 기반으로 제작됐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웹툰 분야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영화 ‘라이온 킹’, ‘블레이드러너’나 인기웹툰 ‘닥터 프로스트’ 등이 유니티 3D 엔진을 일부 사용했다. 온라인 콘퍼런스나 공연도 실시간 3D 엔진이 활용되는 분야다. 최근 가상인간 모델로 급부상한 ‘디지털 휴먼’ 중에서 수아(개발사 온마인드) 역시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됐다.

Q : 주로 콘텐트 산업에서 쓰이는 것 같은데.

A : 최근엔 제조업에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유니티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쌍둥이처럼 복사해 디지털로 옮기는 개념인데, 현실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디지털 세상에서 미리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중앙일보

유니티(Unity)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Q :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A : 폭스바겐은 회사에 증강현실 룸(VR room)을 두고, 새로운 차량 디자인이 나오면 여기에 모여 회의한다. 참석자들이 HMD를 머리에 쓰고 3D로 구현된 신차 디자인을 검수하고, 테스트까지 해본다. 독일의 주요 차량업체는 신차 디자인 확정 전에 이런 과정을 꼭 거친다. 다른 산업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Q : 국내 제조업에서도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사례가 있나.

A : 대우조선해양의 스마트 조선소다. 선박 건조 상황을 3D 디지털 트윈에 그대로 옮겨놨다. 굳이 현장 조선소에 가지 않고도 건조 중인 선박 내부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와도 차량 내외부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프로젝트를 유니티와 했다. 싱가포르에 구축할 국내 기업의 전기차 스마트 공장도 디지털 트윈을 유니티가 맡고 있다. 가상의 세계에 공장을 구축하는 것인데, 일종의 메타버스 쇼핑몰 같은 스마트 팩토리가 될 예정이다.



메타버스의 민주화 꿈꾼다



Q : 메타버스, 이렇게 급성장한 배경은.

A : 새로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가상·증강 현실 그리고 이에 기반을 둔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 일상의 모든 것을 디지털 정보로 기록)과 소셜네트워크(SNS)까지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 메타버스다. 최근에 코로나19로 디지털 세상이 더 확장됐고,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같은 하드웨어 기기가 발전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Q : 반짝 트렌드는 아닌가. 몇 년 전에도 ‘포켓몬 고(GO)’ 게임 열풍 이후 AR·VR 세상이 당장 올 것처럼 흥분했었다.

A : 이번엔 아니다. SK텔레콤을 예로 들자면, 메타버스 이프랜드는 이전 서비스들과 확실히 다르다. 5G 통신망 초기에 나온 점프VR 같은 서비스는 통신망을 위한 부가 서비스 정도였지만, 이프랜드는 미팅이나 콘퍼런스가 열리는 가상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웹드라마가 제작되고, 광고·마케팅이 집행되는 거다. 메타버스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가 비즈니스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중앙일보

유니티 기반으로 제작된 LG U+의 가상오피스 플랫폼. 네이버 제페토와 SKT의 이프랜드도 유니티로 제작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아직까진 성공 사례가 제한적이다.

A :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플랫폼 ‘호라이즌’(Horizon)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세계로 전환을 꿈꾼다. 텍스트 기반의 SNS를 통째로 거기로 옮기고 캐릭터와 아바타 중심의 음성·영상 플랫폼을 만드려고 한다. 기반이 바뀌면 자연스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대세가 달라졌고, 기업들도 지금 메타버스에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는 시점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선도 기업의 성과가 가시화될 거다.

Q : 메타버스에서 유니티의 역할은 뭐라고 보나.

A : 메타버스는 인터넷 다음 혁명이다. 기업이 메타버스를 공부하고 사업에 녹여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고, 정부도 미래 산업으로 보고 있다. 유니티 역시 향후10년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유니티2030)를 이미 시작했다. 핵심은 ‘메타버스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Metaverse)’다. 유니티가 초기에 ‘게임 개발의 민주화’를 비전으로 삼아 성장했듯, 앞으로 10년은 메타버스다.

중앙일보

숫자로 보는 유니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앙일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