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대만 유엔 참여두고 미·중 ‘힘싸움’ 본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미 “대만은 가치 있는 파트너이자 친구”
중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 반발



경향신문

유엔총회장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만의 유엔 참여 문제를 놓고 미·중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가입 50주년을 맞아 중국이 유엔에서 인정한 유일한 합법 대표라고 강조한 직후 미국은 회원국들에 대만의 유엔 참여 지지를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만의 강력하고 의미 있는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하는 데 합류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은 민주주의의 성공 사례로 유엔과 일치하는 가치인 투명성과 인권 존중, 법치를 지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는 대만을 가치 있는 파트너이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여기는 많은 유엔 회원국 중 하나”라며 “공통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기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또 “대만이 과거 특정 유엔 전문 기구에 강력하게 참여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가 대만의 기여에 가치를 부여했다는 증거지만 최근 대만이 유엔의 노력에 기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만 배제는 대만의 기여에서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유엔과 관련 기구의 중요한 업무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은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유엔 가입 50주년을 맞아 자국이 유엔에서 인정한 유일한 합법 대표라는 점을 강조한 직후 나온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25일 ‘중국 유엔 합법지위 회복 50주년 기념회의’ 연설에서 “50년 전 유엔총회 결의 2758호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는 유엔에서의 유일한 중국 합법 대표로 인정됐다”며 “이는 중국 인민의 승리이자 세계 각국 인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 복귀를 노리는 대만과 이를 지원하려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은 이날 블링컨 장관의 성명에 대해서도 즉각 반발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대만의 국제공간 참여를 돕기 위해 각종 기회를 이용해 대만 문제를 과대 선전하고 공공연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자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도전과 곡해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유엔은 주권 국가만 가입할 수 있는 정부간 국제기구”라고 강조했다.

미·중이 상반된 입장을 밝힘에 따라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대만 참여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1971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2758호 결의에 따라 유엔 회원국 지위를 상실했다. 당시 결의는 유엔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를 ‘유일한 합법적 중국 대표’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이를 근거로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막아왔다. 대만은 한때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등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하기도 했지만, 2016년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하면서부터는 이 마저도 가로막혔다. 미국은 올해에도 대만의 WHO 총회 참석을 공식 요청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현재로선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대만의 유엔 참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반대가 워낙 강하고,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도 갈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43개국이 신장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성명을 내자 중국이 쿠바를 비롯한 62개 우호국을 동원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맞불을 놓은 것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미국과 대만의 음모는 실패할 것”이라며 “미국이 싸우려한다면 중국은 맞설 것이고, 유엔에서의 힘겨루기는 미국에 ‘국제정의’를 가르쳐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