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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손실보상금, 고스란히 건물주 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 높아…임대료 분담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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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한국자영업자협의회 등 기자회견 개최

“자영업자 4명 중 1명, 보상금 ‘연체 임대료’에 써야

임대료분담법·강제퇴거금지법 등 입법 필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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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받게 될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중 상당액이 임대업자에게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자영업자들이 손실보상금을 임대료 지급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손실보상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임대료 분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한국자영업자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대료분담법, 강제퇴거금지법 등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자영업자 손실보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고스란히 건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자칫 손실보상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반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지난 18∼25일 전국 중소상인·자영업자·실내체육시설 사업주 791명을 대상으로 ‘손실보상 및 상가임대료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50.7%)이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해 언제든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는 업체도 4곳 중 1곳(25.8%)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는 실내체육시설, 카페·식당, 노래연습장 등 지난 7월∼9월 사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조치와 테이블 거리두기, 입장 인원 제한 등의 영업 행태 제한조치를 받은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참여했다.

임대료를 연체한 업체 중 50.1%는 손실보상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1000만원 미만의 보상금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단체들은 “임대료를 연체한 업체들의 월평균 임대료가 약 709만원 것과 비교하면 절반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받는 손실보상액이 한 달 치 임대료 수준이거나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54.2%가 손실보상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으나, 17.2%는 소상공인 범위에 포함되지 않거나 영업시간 제한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아예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5.3%는 약 3개월간(지난 7월∼9월)의 손실보상액이 10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으며, 23.3%는 손실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김남주 변호사는 “실태 조사 결과,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이번에 받는 손실보상금을 고스란히 연체된 임대료를 내는데 써야 하고, 약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손실보상 예산의 절반가량이 임대료 명목으로 건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이현영 한국볼링장경영자협회 부회장이 2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열린 '코로나19 임대료를 멈춰라' 캠페인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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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에 참석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나서 임대료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영 한국볼링경영자협회 부회장은 “볼링장과 같이 임대료 부담이 큰 업종들은 한 달 임대료만 3000∼4000만원에 이르고, 코로나19로 인한 빚이 억 단위에 이르지만, 정부의 손실보상금은 이러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의 집합금지·제한 조치가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크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손실보상금만 주고 말 것이 아니라 최소한 그 기간 동안 발생한 임대료에 대해서도 정부와 임대인, 임차인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인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이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더라도 상당수가 건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손실보상이 당연한 헌법적 권리이고 정부의 방역대책에 충실히 협조해온 집합금지·제한업종의 피해를 공공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집회와 행동들을 해왔지만, 손실의 80%만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그런데 임대인들은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받는 손실보상을 통해 임대료를 100% 받게 되는데 이게 공정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단체들은 이미 국회에 △임대료분담 △임대료 유예 △강제퇴거금지 △즉시해지허용 등을 담은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 만큼, 관련 논의와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회에 임대료분담법 등의 처리를 촉구하는 온·오프라인 집중행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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