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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압박에 총리는 석방했지만... ‘2년 뒤 민정 이양’ 고집하는 수단 쿠데타 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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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7억 달러 지원 끊어버리자
연행했던 총리 하루 만에 풀어줘
최루탄 등 시위대 강경 진압은 계속
한국일보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참가자가 26일 타이어가 불타고 있는 수도 하르툼의 한 거리에서 수단 국기를 펼쳐들고 있다. 하르툼=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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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일으키고 정부 관료들을 잡아들였던 수단 군부가 구금했던 총리를 석방했다. 미국이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며 군부를 압박한 탓이다. 다만 즉시 민간에 권력을 넘기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달리, 군부 측은 ‘2년 뒤 민정 이양’을 고집하고 있어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반 군부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수단 총리실은 전날 쿠데타로 축출된 뒤 군부에 연행됐던 압달라 함독 총리가 이날 풀려났다고 발표했다. 현재 총리는 자택으로 돌아온 상태인데, 군의 밀착 감시를 받고 있어 사실상 연금 상태나 다름없다. 함독 총리와 함께 구금됐던 다른 관료들은 아직 석방되지 않았다.

함독 총리가 하루 만에 풀려난 이유는 쿠데타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미국의 압박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25일 쿠데타 발생 직후 성명을 내고 “조속히 민간 주도의 과도정부를 복원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원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7억 달러(약 8,184억 원) 규모의 긴급 경제 지원이 일시 중지됐다. 유럽연합(EU) 역시 민주 정부가 복원되지 않으면 더 이상 지원금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 CNN방송은 “수단은 오랫동안 경제 위기에 신음하고 있었기에, 국제사회의 지원 중단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총리는 석방됐지만, 군부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바로 민간에 권력을 넘길 가능성은 낮다. 군부 지도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주에 목격했던 위험한 상황은 나라를 내전으로 이끌 수 있었다”며 쿠데타를 정당화했다. 그는 군부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배제하려 쿠데타를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일단 군부가 혼란을 수습하고, 2년 뒤 평화적으로 정권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기존 주장 역시 재차 강조했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에 대한 강경 진압도 계속되고 있다. 전날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실탄 사용은 자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루탄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중이다. 이날부터는 군인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시위 가담자를 체포하는 등 공포 분위기도 조성하고 있다. 국가 기능은 마비상태다. 수도 하르툼으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와 교량이 차단됐고 인터넷과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현금인출기도 작동하지 않는다. 중앙은행과 병원은 군부에 반대해 파업을 선언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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