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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부만 쳐다보는 국채값 폭락…"금융사들, 단기간에 너무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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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단기, 장기물 금리 급등하며 약세장

글로벌 물가 오름세 지속에 통화 긴축 긴장

외인 국채 선물 매도, 추가 금리 인상 배팅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고채 가격이 3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증권사에선 채권팀 해체 소식이 나올 정도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한국은행의 11월 기준금리 인상, 미국의 테이퍼링 등 통화정책 긴축과 이에 따른 외국인의 선물 매도 베팅이 지속되고 있긴 하나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 폭락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떨어지는 칼날에 베일까 누구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워 모두가 정부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데일리

자료=금융투자협회


3년만에 최고치로 오른 금리…어수선한 시장에 루머까지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097%포인트 오른 2.044%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대를 넘긴 것은 종가 기준으로 2018년 10월 22일(2.009%) 이후 처음이다. 10년물 금리 또한 0.030%포인트 오른 2.487%를 기록하면서 상승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2018년 8월 14일(2.503%) 이후 최고 수준이다. 30년물, 50년물 등 초장기물도 각각 0.005%포인트씩 상승했다.

이날 국채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보인 것은 미국, 호주 등 주요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이어진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고채 추가 금리 오름세에 배팅하며 채권 선물 매도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월별 단위로 국채 현물시장에선 순매입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선물시장에선 매도세로 돌아섰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3년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16조원 넘게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8조원 넘게 내다팔고 있다. 10년 국채선물도 지난 달 4조원 이상, 이달에도 2조원 이상 매도세다.

특히 이날 국고채 가격을 끌어내린 것은 호주 물가 영향이 컸다. 호주는 3분기 물가상승률이 1년 전대비 3% 올라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호주 3년물 금리가 0.9%를 넘어 작년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주의 통화정책 긴축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이 하락했다. 코스피, 일본, 중국 등의 증시가 1% 미만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시아 장이 흔들리고 호주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뛰면서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도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연구위원은 “3년물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데 미국 긴축과 함께 한은이 내년 1.25%나 1.5%까지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채선물 규모가 큰 3년물과 10년물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시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국내 한 대기업이 해외 대기업의 사업부문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단기채를 찍는다는 루머가 돌면서 단기채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채권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는 증권사들은 죽을 맛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증권사의 채권 연구원은 “루머는 사실 무근인 것 같으나 증권사들이 채권시장에서 가장 큰 손인데 다들 손실 한도를 터치해서 손절한 상황이라 매수세 자체가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다른 보험사 증권운용부장도 “8월 초부터 금리가 오르다 보니 증권사 채권팀 해체 소식까지 나올 정도”라며 “단기간에 너무 낳은 손실을 봤는데, 외국인이 국채선물까지 기계적으로 팔아버리면서 단기채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떨어지는 칼날을 누구도 섣불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채권팀 고사 위기…“정부만 쳐다보다 폭락한 시장”

채권값 폭락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를 해결할 주체는 정부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국채 3년물 금리가 2%를 넘었다는 건, 기준금리가 1.75%까지 앞으로 네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는 가능성까지 당장 선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얼마나 성급하게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지 모른다. 금리 (상승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당장 정부가 바이백(매입을 통한 조기상환)에 나서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안정적인 국채시장 운영을 위해 올해 남은 기간 국고채 발행량을 재정수요와 시장 여건에 맞게 과감히 조정하겠다”며 “시장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긴급 바이백 적기 시행, 한국은행과의 정책 공조 등 시장 안정조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시장이 기다리던 구두개입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일단 기재부는 28일 국고채 발행계획을 통해 국고채 발행물량을 조정할 테니 하루만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제 부총리 발언 외에 별도로 (시장에) 추가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놓기 보다는 발행계획을 통해 (국채시장 불안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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