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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시위대와 협상했던 수단 군부 수장, 쿠데타 일으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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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이익 지키기 위한 선택"…"이집트·UAE·사우디 지원도 한몫"

연합뉴스

2021년 10월 26일 쿠데타 이후 첫 기자회견 하는 압델 파타 알 부르한 장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19년 오마르 알-바시르의 30년 철권통치를 종식하고 민주화로 향하던 북아프리카 수단을 쿠데타로 멈춰 세운 건 3년 전 정국 혼란 수습을 위해 시위대와 마주 앉았던 압델 파타 알 부르한(61) 장군이다.

부르한이 수단 정국의 전면에 등장한 건 빵값 인상 반대 끝에 벌어진 반정부시위와 쿠데타로 바시르 정권이 무너지고, 쿠데타를 이끌었던 군부 수장 아와드 아우프가 군사위원회 위원장에서 낙마한 2019년 4월이다.

그는 즉각적인 민간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수단 국민의 압박 끝에 취임 하루 만에 물러난 아우프를 대신해 군사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부르한이 당시 시민의 박수를 받으며 군사위원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바시르 정권 핵심부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했고, 국제사회가 규탄한 전쟁범죄에 연루되는 상황도 피했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군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은 바시르의 '오른팔' 아우프와 달리 시민들은 그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그는 20여만 명이 희생된 다르푸르 분쟁 당시에도 지휘관으로 현장에 있었지만,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기소도 피했다.

군사위원장이 된 부르한은 바시르 정권 때 투옥됐던 사람들을 석방했다. 또 야당과 시위대를 불러 회담했고, 과도정부 총리 지명 권한도 야당에 일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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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수단 주권위원회 출범 행사에 참여한 압델 파타 알 부르한 장군(중간 오른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후 군의 발포로 시위에 참여한 100여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그는 야권연대인 '자유와 변화의 힘을 위한 선언'(DFCF)과 합의를 이뤄냈다.

그 결과 2019년 8월 과도통치기구인 주권위원회가 출범했고, 경제학자 출신인 압달라 함독 총리가 이끄는 과도정부도 꾸려졌다.

부르한은 선거를 통해 민정 이양이 될 때까지 운영될 주권위원회의 위원장을 먼저 군부가 맡고 이후 민간에 넘기기로 합의하고 위원장 자리에 앉게 된다.

하지만 이런 합의를 깨고 쿠데타를 결행한 부르한은 2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전을 피하고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민간인 정치인들이 군부에 대한 증오를 조장했다며 책임을 정치인들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AP 통신은 부르한이 주권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넘겨주기 몇 주 전에 쿠데타를 감행했다면서, 이는 군부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통신은 문민 통치가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은 물론 광범위한 군부의 재정 자원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의 철권통치 시기 군부의 인권 탄압에 대한 조사와 기소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르한이 쿠데타를 결행한 배경에는 역시 군부 출신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통치하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든든한 지원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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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집트를 방문한 압델 파타 엘 부르한 수단 군사위원장(왼쪽)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오른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집트는 부르한이 군사훈련을 받은 곳이기도 하거니와, 2019년 정국 혼란기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부르한이 주도하는 군사위원회를 지지하기도 했다.

부르한은 주권위원회 위원장 취임 후 UAE를 여러 차례 방문해 실세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자를 알현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산하 아프리카센터의 캐머런 허드슨 선임연구원은 "업무 차원에서 강력한 군사 지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것이 민주 정부보다 걸프 국가(UAE)의 이익에 더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아랍의 봄' 성공담과 같은 걸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쿠데타를 일으켰던 이집트 엘시시 대통령의 2013년 집권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부르한 장군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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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수단 군사위원장 자격으로 사우디 메카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에 참석한 부르한(왼쪽)과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수단 문제 전문가인 장-밥티스트 갈로팽 박사는 중동정치 분야 네트워크인 중동정치학(POMEPS) 기고문에서 "사우디와 UAE의 재정적 지원은 (수단) 장군들에게 민간 통치에 대한 대중의 요구에 저항할 수 있는 결정적 여지를 줬다"고 썼다.

그는 이어 "토후국(UAE)의 은밀한 재정 지원은 결과적으로 장군들이 권력을 강화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수단 문제를 푸는 길은 미국과 유럽 등이 사우디, UAE, 이집트 등 부르한 지지 세력을 압박하는 데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은 26일 '수단의 위험한 쿠데타 뒤집기' 제하 정책 메모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하르툼의 장군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걸프 국가와 카이로에 대해 가진 상당한 영향력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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