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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中 시진핑 이어 나이키까지 저격한 NBA스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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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 칸터, 위구르의 강제 노동 비판

중국과 나이키, 애증의 관계…불매운동

19년,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홍콩의 민주화 운동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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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셀틱스 구단의 센터 에네스 칸터 선수.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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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예제’(Modern Day Slavery)

지난 24일(현지시간)에 열린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에서 보스턴 셀틱스 구단의 센터 에네스 칸터(Enes Kanter)가 신은 운동화에 적힌 문구다. 앞서 그는 중국 중앙정부의 인권 탄압에 관련해 완강하게 비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CNN는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인권 탄압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해온 보스턴 셀틱스의 센터 에네스 칸터에 대해 보도했다.

이날 칸터는 자신의 트위터에 인권 탄압에 조용한 나이키를 향해 “같이 중국으로 출국하는 항공권을 예약하자”며 “그럼 두 눈으로 노동 착취를 당하는 현장을 목격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글과 함께 경기에서 자신이 신었던 ‘현대판 노예제’ 운동화 사진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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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칸터가 올린 나이키 비난 글과 실제 경기에 신은 운동화(오른쪽).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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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운동화에는 ‘강제 노역으로 만들어졌다’(Made with slave labor), ‘더 이상 변명은 하지 말라’(No more excuses), ‘위선자 나이키’(Hypocrite Nike) 등의 날선 비난으로 채워져 있었다.

더불어 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나이키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불의를 침묵하고 있다면서 직접 비난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에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불의에는 소리 내지만 중국에는 침묵하는 나이키”라며 “중국에서 벌어지는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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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칸터가 올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곰돌이 푸’ 운동화.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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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곰돌이 푸’ 운동화를 올리는가 하면 트위터에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 누군가는 가르침을 줘야 한다. 진실을 말한 것으로 사죄하지 않는다. 나를 살 수도, 위협할 수도, 침묵시킬 수도 없다. 덤벼라”라고 했다. 곰돌이 푸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닮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검열 대상이 된 캐릭터로 각종 시위에서 중국 내 표현의 자유와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 항의하는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

중국과 나이키…‘애증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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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운동화가 불에 타는 영상.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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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 중앙정부의 위구르족 인권탄압과 나이키 간의 갈등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위구르족 수만 명이 나이키와 애플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납품 공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린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당시 나이키는 “인권을 존중하며 언제나 윤리적으로 사업을 하려고 노력한다”며 “공급업체들이 어떤 형태의 감금이나 강요를 활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된다”고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탄압은 전혀 없었으며 미국에서 퍼뜨리는 소문이라고 일관했다.

나이키는 그러면서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면화나 제품을 공급받지 않는다”고 밝히자 중국 내에서는 보복 움직임이 보였다. 나이키 광고 모델인 배우 겸 가수 왕이보(王一博)는 나이키와 모든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이 일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중국 나이키 신발 화형식’이라는 제목과 함께 나이키 운동화가 불에 타는 영상이 올라와 이날 웨이보에는 ‘나이키’가 인기 검색 화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나이키의 2021회계 연도 4분기(3~5월) 중화권 매출은 17%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중국 내 나이키의 경쟁업체인 ‘중국 스포츠 브랜드’들의 주가가 상승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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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최고경영자(CEO) 존 도나호(John Donahoe).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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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는 결국 노선을 변경했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존 도나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나이키가 중국 내 다른 브랜드와 경쟁하는 문제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나이키는 중국의, 중국을 위한 브랜드(Nike is a brand that is of China and for China)”라고 답했다.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빗댄 셈이다.

NBA의 ‘중국과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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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휴스턴 로키츠 단장인 대릴 모리가 올린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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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셀틱스 선수 에네스 칸터 외에도 NBA가 중국과 정치적 문제로 마찰을 빚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NBA는 대릴 모리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올린 이후 중국 기업이 각종 스폰서 활동을 끊어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손실은 4억 달러(4683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이와 관련해 유감을 표현했다가 중국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실버는 당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은 특정한 입장을 지지하는 것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으며 중국에서의 사업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동시에 “중국 측에는 모리의 해고 등은 있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리 단장은 2019년 3월 휴스턴과 5년간 재계약해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였지만, 당시 시즌을 마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NBA 사업 측면의 입장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칸터의 ‘현대판 노예제’ (Modern Day Slavery) 운동화 퍼포먼스도 곧 멈춰질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다만 현재 그의 구단인 보스턴 셀틱스는 ‘표현의 자유’라며 칸터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인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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