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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부, 노태우 ‘국가장’ 치르기로…5·18 단체들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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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조문 안 가…30일 영결식

[경향신문]



경향신문

좌우에 문 대통령·전두환 화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27일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각각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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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다만 법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여당의 광주지역 의원들과 5·18 관련단체들은 국가장 결정에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는 내용의 추모 메시지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은 가지 않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장례를 닷새간의 국가장으로 한다고 결정했다. 김 총리는 “고인께서는 제13대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며 “정부는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장법은 전·현직 대통령이나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국가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진보진영과 5·18 관련단체가 국가장을 반대했지만, 정부는 유족 뜻과 국민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은 12·12사태와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과오가 있다”면서도 “다만 직선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지역 의원들 “역사적 단죄 안 끝났다…국가장 납득 못해”

심상정도 “전두환에게는 어떤 잣대로 판단할 건가” 비판

국가장 장례위원장은 김 총리가 맡고 전해철 행안부 장관이 장례집행위원장을 맡는다. 장례기간은 5일장으로 26일부터 30일까지다. 영결식 및 안장식은 30일에 거행하며 장소는 장례위원회가 유족과 논의해 결정한다. 국가장 기간 동안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조기를 게양하게 된다.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 장례는 가족장이었다. 국장과 국민장은 2011년 국가장으로 통합됐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는 2015년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노무현·최규하 전 대통령 장례는 국민장, 김대중·박정희 전 대통령 장례는 국장으로 각각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은 관련 법령에 따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국립묘지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은 국가유공자 예우·지원법에 근거해 안장될 수 없다. 12·12 군사반란과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노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될 수 없다.

장지는 유족의 의견을 고려해 파주 통일동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해철 장관은 빈소에서 “현충원은 아닌 것으로 정리됐다”면서 “장지 문제는 유족들 의견을 듣고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씨는 “유족들은 고인께서 평소에 갖고 계셨던 북방정책,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 의지를 담아 파주 통일동산 쪽으로 모셨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지 않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대신 조문했다.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민형배·송갑석·윤영덕 의원 등 광주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5·18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장의 예우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전두환씨에게는 어떤 잣대로 판단할 것인지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4개 관련단체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그는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며 “국가장은 정부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고 정치적 판단도 가능하지만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27일 성명을 내고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고인은 5·18 광주 학살의 주역이었고 진정한 반성, 사죄, 진상규명 협조 없이 눈을 감았다. 광주시는 오월 영령, 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보다 전두환씨에 대한 적용 여부가 문제”라며 “전씨가 지금도 반성을 안 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면서 재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은 국가장을 치를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은경·김기범·정대연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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