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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 사기꾼이라 사표강요? 판결문보니[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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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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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10.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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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둔 2015년 2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으로부터 소위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재직 당시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점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오후 한겨레는 수원지방검찰청에서 2014년 6월 황 전 사장을 사기혐의로 기소해 2017년 8월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이 있다며, 황 전 사장이 사퇴한 계기가 형사재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황 전 사장이 성남도개공 사장 재직 당시 사표를 강요받게 된 원인이 자신이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서가 아니었냐는 취지다. 성남시에서 황 전 사장의 사기혐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사퇴를 종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의 1, 2, 3심 판결문을 확인해보니 황 전 사장이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아 최종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판결문에서 인정한 사건의 구체적인 경과를 살펴보면 황 전 사장의 혐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기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법률전문가들은 황 전 사장이 지인의 부탁으로 채무관계에 엮이긴 했지만, 따로 돈을 챙기지 않았고 2건의 혐의 중 하나는 아예 무죄가 선고될 정도로 범죄성이 낮은 사건이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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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2019년 3월 6일 당시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2021.10.05.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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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부사장 출신 황무성, 투자금 필요한 지인에게 채권자 소개했다가 같이 피고소


사건 개요는 간단하다. 황 전 사장이 대형 건설사 부사장이던 시절, 하도급 공사를 했던 인연으로 알고 지내던 건설사 대표 A씨 등이 황 전 사장 소개로 두명의 건설업자에게 각각 2억원과 1억5000만원을 빌리거나 투자받았는데 사업실패로 갚지 못한 것이다.

A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호텔 리모델링 공사 등을 진행하다 자금압박을 받자 황 전 사장을 찾아와 공사비용을 융통해 줄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황 전 사장이 소개해 준 건설업자 2명에게 급한 공사비용을 융통해주면 호텔 리모델링 공사와 연계된 도로 공사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겠다며, 고수익이 날 수도 있으니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원리금을 빨리 갚겠다는 등의 내용으로 차용증과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을 작성하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채무관계에 단순 소개자였고, 돈을 빌려달라고 권하거나 하지 않았고 보증인을 자처하거나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이 채무를 갚지 못하자 채권자들은 황 전 사장과의 친분 때문에 빌려줬다며 사기죄 공범으로 고소했다. 1심에선 채권자들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고 황 전 사장의 '선의에 의한 단순 소개자였을 뿐 채무에 관여하거나 이익을 챙긴 바 없다'는 변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징역 10개월형을 선고했다. 1심 선고는 황 전 사장이 성남도개공에서 쫓겨난 2015년 3월 시점으로부터 1년 5개월여 뒤인 2016년 8월24일에 이뤄졌다.

황 전 사장은 2013년 9월 사장으로 임명됐고 2015년 2월부터 사표 강요를 받고 한달 뒤인 3월에 퇴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퇴종용을 받은 시기엔 1심이 한참 진행 중이었고 유무죄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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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진 /사진=송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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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일부 무죄 "투자·차용 대가로 돈 챙긴 적 없어…'빌려주란 표정지었다'는 채권자 말 믿을 수 없어"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3달 뒤 상고기각으로 집행유예를 확정시켰다.

2심에서 결과가 달라진 이유는 2건의 채무에서 1건에선 황 전 사장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은 2억원 투자에 있어선 황 전 사장이 채무자를 소개하면서 사업 개요도 같이 말해 투자를 권했다고 봤다. 다만 1억5000만원 건의 경우엔 황 전 사장과 무관한 채무였다고 판단했다.

1억5000만원 채무에 대해 1심은 '미필적으로나마 채권자들을 속이려는 범죄의도가 있었다'고 봤지만, 2심은 황 전 사장이 사기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돈을 빌리는 자리에 황 전 사장이 동석했는지도 불분명하고, 사기로 고소를 한 채권자가 황 전 사장이 돈을 빌려줘도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서 돈을 빌려줬던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황 전 사장이 투자자를 소개시켜주는 과정에서 대가를 받기로 약정하거나 대가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인정했다.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빌려준 돈을 빨리 받기 위해 민사로 해결하지 않고 사기죄로 고소하는 '민사의 형사화' 경향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사건인데 채무자가 하던 해외사업을 믿고 채권자를 소개해줬다가 사기 고소까지 당했다면 황 전 사장 입장에선 일종의 '피해자'일수도 있지만 법원은 대체로 믿어주지 않고 사기 공범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사건화되는 채권채무에선 투자와 차용이 혼용되기도 해서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빌려준 돈이라고 갚으라고 소송을 하거나 고소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원 인사규정 제23조의 2 제1항에 따르면 성남시장은 사장에 대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 대해선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데 면직관련 규정은 없어서 형사재판을 이유로 사퇴를 시키는 건 어렵다"며 "무고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피고소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기업 임원을 사표를 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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