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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다시 미제로…前택시기사,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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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강간살인 무죄…"택시탑승도 입증 안돼"

"대량생산 미세섬유만으로 동승 인정 어렵다"

이데일리

제주보육교사 살인사건으로 구속기소됐던 박모씨가 2018년 12월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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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09년 제주에서 발생한 20대 보육교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재판을 받아온 전직 택시기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주요 증거 대부분에 대해 ‘유죄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강간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택시기사 박모씨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09년 2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장기 미제사건이었다. 피해자 A씨는 2009년 2월 1일 새벽 남자친구 집에서 머물다 나온 후 실종됐다. 가족들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같은 달 6일 이씨의 소지품을 발견한 데 이어, 실종 1주일만인 8일 수십㎞ 떨어진 제주 애월급의 한 배수로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사건 직후 실종 지점 인근에서 택시를 운행한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DNA 등 범죄를 입증할 직접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던 경찰은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망시간이 발견 당시 24시간 이내인 2월 7일 이후로 추정되며 박씨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은 2016년 재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사망시간이 실종 당일일 수 있다는 동물실험 및 감정 결과가 나오며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박씨는 2009년 수사 직후 제주를 떠나 전국을 떠돌던 상태였다. 경찰은 박씨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해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19년 1월 박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박씨가 만취한 A씨를 태운 후 강간을 시도하다 A씨가 반항하자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직접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은 법정에서 박씨의 당일 동선과 박씨와 피해자 옷에서 발견된 미세 섬유들을 범행 증거로 제시했다. 박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박씨의 범행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미세섬유와 관련해서도 “대량생산되는 섬유로서 동일한 색상의 섬유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이를 박씨와 피해자의 옷에서 나온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피해자를 택시에 태웠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었다. 2009년 사건 수사 당시 다른 택시기사가 실종 당일 실종 지점 인근에서 20대 여성 승객을 태워 A씨가 근무하는 어린이집 인근에 태워줬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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