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큐티풀’ 박현경 “하루도 안 빼먹고 쓴 투어 일지가 재산···10년 뒤엔 두 자리 승수 달성했겠죠?”[서울경제 클래식 개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8문 18답

라운드 전엔 꼭 발라드 음악 듣기

팬클럽 응원은 큰 힘과 책임감 줘

제주에 골프채 없이 오는 게 로망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2 때 아마추어 대회에서 국내 남녀 72홀 최소타(29언더파 259타) 기록을 세운 박현경(21·한국토지신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무대에서도 기대만큼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올렸는데 당시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상 처음 열린 프로골프 대회라 관심이 컸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이 인터넷판으로 박현경의 우승 소식을 다뤘다. 올해는 그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무려 40년 만의 기록이다. 남다른 승부욕과 대비되는 웃는 인상이 매력인 박현경은 폭넓은 팬 층을 보유한 KLPGA 투어 대표 인기 선수이기도 하다. 그를 18문 18답으로 만났다.

-골프 말고 요즘 ‘꽂힌’ 건 뭔가요.

△책이요. 친구가 추천해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라는 소설 읽기 시작했어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어볼까 해요.

-보물 1호는.

△반려견 ‘드림이’. 세 살이에요.

-라운드 전 듣는 음악은.

△발라드만 들어요. 요즘은 윤종신 씨가 부른 ‘지친 하루’요. 이달 들어서 체력적으로, 멘탈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가사가 정말 좋아서 위로 받았어요. 잘 부르기도 하냐고요? 들어본 친구들은 못 한다고는 안 하더라고요.

-과거로 돌아가 진로를 다시 정할 수 있다면.

△글쎄요, 골프 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서···. 모르긴 몰라도 공부 쪽은 아닐 것 같아요. 책상에 앉아있는 걸 싫어해서.

-나를 가장 수다스럽게 만드는 친구는 누군가요.

△투어 뛰는 선수 중에서는 김리안 언니랑 친동생 같은 조혜림 선수요. 이 둘을 만나면 서로 자기 할 말하느라 정신 없어요.

  •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다면 몇 단계까지 갈 수 있을까요.
△첫 단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죽을 걸요. ‘이거 뭐야’하고 막 당황해 하다가 ‘빵’!

-박현경에게 KLPGA 챔피언십이란.(박현경은 이 대회에서 40년 만의 2연패 기록을 썼다.)

△투어 경력에 있어 터닝 포인트죠. 그 대회로 제 골프가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한다는 생각 자체로 설레서 그 기분으로 경기 하니 생각지도 않게 잘 풀려서 2년 연속 우승도 했고요.

-박현경에게 ‘큐티풀 현경’(팬클럽)이란.

△말로 다 표현 못 할 만큼의 힘과 책임감을 주는 존재죠. 더 열심히 연습하고 관리해서 좋은 모습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요. 보이지 않는 큰 힘이에요. 제가 버디 할 때마다 팬클럽 회원 분들 각자가 기금도 모으는데 거기에 저도 일정 금액을 보태서 좋은 일에 쓸 계획이에요.

-박현경에게 아빠란.(아버지 박세수 씨는 투어 선수 출신으로 딸의 캐디를 맡고 있다.)

△친구 같은 분. 코스에서 볼 안 맞을 때 짜증이나 하소연 다 받아주는 유일한 사람이잖아요. 물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주변에서 부러움을 많이 사고 있어요.



-올해 ‘이건 꼭 지키고 있다’ 하는 게 있을까요.

△올 초에 꿈과 목표를 잘 정리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다이어리 선물을 받았어요. 거기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지를 쓰고 있어요. 훈련 때는 스윙 얘기, 시즌 때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 했나’ ‘안 풀릴 땐 어떤 걸 더 생각해야 하나’ 같은 것들을 적어 놓죠.

-가장 듣기 좋은 말은.

△‘큐티풀(큐트+뷰티풀)’이란 단어는 들을 때마다 좋아요. 기분 좋아져요. 팬 카페 분이랑 지난 시즌 앞두고 같이 얘기해서 만든 별명인데 정말 잘 지은 것 같아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겨울에 살이 또 얼마나 찌려나 고민이에요. 겨울만 되면 3~4㎏씩 찌니까. 지금은 시즌 시작 때보다 4㎏ 빠져있지만 시즌 끝나면 또 얼마나 찔지···.

-올 시즌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항상 100% 만족은 없는 거잖아요. 올해는 85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준우승이 네 번인데 그중 하나쯤은 우승했어야 됐다는 생각 때문에요.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가올 오프 시즌 키워드는.

△휴식이요. 지난 시즌보다 올해 훨씬 더 많은 대회에 나갔으니까요. 작년 시즌 끝나고 한 번도 맘 편히 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다르고 싶어요. 여유를 갖고 잘 쉴 거예요.

-올겨울 가장 하고 싶은 것.

△코로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여행 가고 싶어요. 제주를 순수하게 여행으로 온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골프채 없는 제주 여행도 올겨울이든 언제든 꼭 해봐야죠. 국가대표 때 (이)가영 언니랑 단둘이 부산 놀러 가서 광안리 바다 보며 회 먹었던 때가 그립네요.

-지금까지 이룬 것들 중에 가장 뿌듯한 것은.

△아무래도 첫 우승이죠. 그때 그 기분은 잊지 못 할 것 같아요.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골프 선수라서 가장 좋은 한 가지, 불편한 한 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제 나이에 이런 경험은 무척 드문 일이니까 골프 시켜준 아빠한테 늘 감사하죠. 대학 동아리 활동처럼 제 나이에 흔히 할 수 있는 일들을 못 한 건 아무래도 좀 아쉽기는 해요.

-10년 뒤 내 모습은.

△지금보다 예뻐졌으면, 성숙해졌으면 좋겠고···. 은퇴 전까지 두 자릿수 우승 하는 게 목표인데 그게 이뤄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귀포=양준호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miguel@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