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단독] 안철수 차기 대선 출마 시사…대선 다자구도로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사실상 시사했다. 출마에 대해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대선 공약격인 "5개의 초격차기업을 육성해 세계 5대 강국으로 성장하자'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경제 55'를 공개하는가 하면, '이번에 출마하면 작년 12월 서울시장 선거 때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번복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그 자리를 발판으로 삼아서 대선으로 직행하는 것 아닌지에 대해 계속 사람들이 물었기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지 1년만에 임기도 안 채우고 대선에 나가는, (서울시장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 같은 초격차 기업 5개를 만들면 세계 5대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경제 발전의 필수적인 요소인 자유·공정·사회안전망이 보장되는 경제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메모리반도체 외에 디스플레이, 배터리, 원자력발전, 문화콘텐츠 분야를 거론했다.

안 대표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이라며 "촛불 이후 사람들이 정권교체라고 하는데 지나고 보니 신적폐가 구적폐가 되는 적폐 교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왔는데 이제는 선진화로 가는 시대교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대교체 방안으로는 과학기술개혁과 교육개혁을 꼽았다.

지금 대선판이 '누가 덜 비호감인가'로 흐르고 있다는 점은 이른바 '3지대'에 기회라고 언급했다. 한국갤럽이 9월 2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조사에서 '의견 유보(32%)'가 가장 높은 답변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인용한 안 대표는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 아무에게도 마음을 안주는, 지지후보가 없는 비율이 30%대라는 점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면서 "우리가 속한 곳이 3지대가 아니라 1지대 아닌가. 거대 양당 외 후보가 선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전 대선에 비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이른바 '나쁜놈, 이상한놈, 추한놈'의 '놈놈놈' 대선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네거티브나 발목잡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미래담론을 만드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아닌 시대교체해야…과학·교육 개혁으로 선진국 진입"

대선 출마선언 앞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매일경제

2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대표는 "지금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은 과학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한주형 기자]


여야 유력 주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비호감 경쟁'을 벌이면서 이른바 '제3지대' 인물들이 부상하기 시작했고, 그중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초읽기'에 들어간 안 대표를 직접 만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대선의 화두 또는 시대정신은 뭐라고 생각하나.

▷대선 판세를 가를 화두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시대정신이 서로 다른 게 문제다. 불행하게도 '누가 덜 더럽냐' 이런 게 이번 대선의 판세를 가를 것 같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은 어느 나라나 예외 없이 '과학기술'이다.

―왜 과학기술인가.

▷세계가 과학기술 패권 전쟁 중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에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는 사진이다. 과학기술 패권을 가진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메시지다. 상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시 주석이 칭화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중국이 모든 자원과 인력을 쏟아붓는 분야는 과학기술이다. 잘 들여다보면 중국몽의 핵심은 과학기술이다. 이런 세계 과학기술 패권 전쟁에서 뒤처지면 망하는 길로 가는 거다. 따라가는 일이 급하다.

매일경제

―우리나라의 위치는.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산업화를 했고, 민주화를 이뤘다. 그다음은 선진화다. 그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 선진화로 가지 못하고 수십 년째 멈춰 있다. 주범은 정치권이다. 정치 주류들이 1970~19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진화로 가는 시대교체다.

―현 정부가 선진화에 무게를 두지는 않았다.

▷지난번 촛불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정권교체가 아니라 신적폐가 구적폐가 되는 적폐교대일 뿐이었다. 더 우려스러운 건 문재인정부가 적폐 기준을 확 낮췄다. 그 전에는 부끄러움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염치가 없고, 눈치도 안 보고 언론을 장악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민주주의 파괴를 일상화하고 있어서 앞으로 또 적폐교대가 되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많다.

―선진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앞서 말했던 과학기술 개혁, 그리고 교육 개혁. 이 두 가지가 장기적으로 해야 할 개혁의 양대 축이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1950년대 교육 개혁에 있다. 그때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대부분 초등학교를 나오게 됐고 1960년대에 경제 개발 일꾼들이 될 수 있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여전히 20세기 교육 방법으로 인재를 기르려니 안 된다. 만 3세에 유치원 공교육,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식으로 바꾸고, 대학에 들어가는 나이도 1~2년 이르게 해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 개혁은 어떻게.

▷분야별 장벽을 허물어 융합이 자유로워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을 보면 획기적이다. 모더나·화이자의 mRNA 백신은 기존에 존재했지만 상용화되지 않았던 바이오기술이 나노기술과 융합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정부는 mRNA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자마자 걸림돌이 될 규제를 모두 찾아 미리 없앴다. 실패를 비난하지 않는 연구 환경도 중요하다. 미국은 실패해도 좋다며 모더나와 화이자에 5억달러씩을 지원했다. 그래서 10년 걸리는 백신 개발에 1년이 안 걸렸다. 실리콘밸리가 스타트업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실은 실패의 요람이다. 거듭된 실패가 용인되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실패의 축적이 거대한 성공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예산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압도적인 세계 1위인데도 노벨상 하나 없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연구원 과제 성공률을 보면 98%다. 성공할 수 있는 연구만 한다는 거다.

―과학기술·교육 개혁도 중요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초격차 1등 산업을 5개만 만들면 해결된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위인데, 2위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4개만 더 있으면 된다. 디스플레이, 2차전지, 원자력발전,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초격차 기업 5개가 생기면 세계 5위 강국도 가능하다. 그러면 무수한 일자리가 생기고, 상권을 바꾸고, 대학도 바뀐다.

―그런 기업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텐데.

▷세 가지가 보장돼야 하다. 자유, 공정, 사회안전망이다. 기업은 자유를 주면 알아서 한다. 그런데 정부가 간섭하고 규제한다. 이렇게 간섭하는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이 정도 하는 것은 기적이다. 공정을 통해 성장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실력만 있다면 돈이나 빽 없이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누를 수 있고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전시회에 가보면 중국은 작은 기업 샤오미가 처음에는 조그마한 부스로 시작했다가 매년 전시 부스가 커져서 나중에는 화웨이만큼 커지더라. 우리나라는 예전에도 삼성·LG뿐이었고 지금도 삼성·LG뿐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타다가 나왔을 때 정부는 이런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이 시도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이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기성 산업 눈치를 보느라 신산업의 싹을 잘라버렸다.

―이번 대선에 어떤 희망을 보나.

▷이번 대선은 '놈놈놈' 대선이다. 나쁜 놈, 이상한 놈, 추잡한 놈 대결이라고들 하더라. 여론조사를 보니 어떤 후보도 선택하지 않은 비중이 30%대로 가장 높았다. 제3지대가 제1지대 아닌가. 2012년 대선 때 우파 쪽에는 박근혜라고 하는 사람이 단단하게 서 있었고, 좌파는 허물어져 있었다. 2017년엔 문재인 당시 후보가 단단하게 좌파 쪽에 서 있었고, 우파는 없었다. 이번 대선은 좌우 모두 단단하지 않다. 거대 양당 후보가 아닌 사람이 선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 박윤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