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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임성근 탄핵 면했지만... 헌재 "중대한 헌법 위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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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개입' 임성근 탄핵심판
"이미 퇴직해 파면 불가" 각하
재판관 3명 소수의견서 질타
임성근 "봉사하는 삶 살겠다"
한국일보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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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을 28일 각하했다. 임 전 부장판사의 퇴직으로 파면이라는 탄핵심판의 주된 목적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임 전 부장판사는 헌정 사상 첫 탄핵 법관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재판관 9명 중 3명이 '임 전 부장판사가 중대한 헌법 위반인 재판 개입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견을 제시해,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던지는 헌재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헌재는 이날 임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9명의 5(각하)대 3(인용)대 1(심판절차종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국회가 지난 2월 탄핵소추 결정을 내린 후 8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각하'란 심판청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헌재가 사안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는 판단이다.

국회는 당시 임 전 부장판사가 2014~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양형이유 수정 및 일부 삭제를 지시하고 △2016년 1월 프로야구선수 도박죄 약식사건 공판절차 회부에 관여했다는 게 탄핵소추의근거였다.

이선애 재판관 등 다수 "이미 공직 떠났다"

한국일보

임성근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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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등 재판관 4명은 임 전 부장판사가 올해 3월 1일자로 명예퇴직을 했기 때문에 '공직 박탈'이라는 탄핵심판의 이익을 실현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탄핵결정을 할 때 피청구인(임 전 부장판사)이 '해당 공직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함에 따라 공직을 박탈하는 파면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음이 분명하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임 전 부장판사가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저질렀는지 확인해달라는 국회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예로 들며, "헌재는 기각 또는 파면 말고 위헌·위법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국회 측 주장대로) 위헌·위법 여부 확인 결정을 한다면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적법했는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권한쟁의심판 같은 내용이 돼 현행 헌법상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퇴직 시점에 이미 심판 절차는 종료된 것"이라는 문형배 재판관 의견까지 더해지면서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의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이미선 재판관 "각하 의견에 동의는 하지만..."


이미선 재판관 역시 '각하해야 한다'는 4명 재판관과 결론은 같았다. 하지만 이 재판관은 임기가 만료된 법관의 탄핵심판 관련 법 공백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조금 결이 다른 의견을 제기했다.

이 재판관은 "현행 헌재법 아래에선 피청구인의 임기가 만료해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인 탄핵심판이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 중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더라도 본안 판단을 거쳐 위헌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탄핵소추 대상자의 의심 행위 관련 시효를 도입하는 등 대안적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3명 재판관 "재판 독립·공정성에 심각한 위협"


한국일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탄핵소추 각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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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임 전 부장판사가 완전히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었다. 전체 재판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재판관 3명이 '임 전 부장판사의 헌법위반 행위가 중대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사실상 형사부의 평정·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만한 행위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건 파면 그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 않게 탄핵심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다수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임 전 부장판사는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1·2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각하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저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초래하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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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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