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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故신격호, 거금들인 제철업 진출자료 박태준에 넘긴 비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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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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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을 창업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사진)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가 출간됐다.

28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의 회고록은 그가 남긴 회고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원로 기업인들의 글과 인터뷰를 더했다.

책은 신 명예회장이 1921년 경남 울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뒤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고, 1948년 롯데제과를 세웠던 일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에서의 일화들을 포함해 그가 노년에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면서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던 일까지 모두 담겨 있다.

1960년대 한국 정부로부터 제철업 진출을 제안받고 구체적인 사업 준비에 들어갔지만 무산된 이야기도 눈에 띈다. 신 명예회장은 1966년 이후락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제철사업을 제안받았다. 일본제철(당시 일본 후지제철)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대형 설비인 고로를 들여오기 위해 당시 거금인 3000만엔을 들여 8개월간 자료 준비에 온통 매달렸다. 그러나 이후 박태준 당시 대한중석 사장(포스코 명예회장)으로부터 정부 주도 제철 사업을 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모두 넘기기도 했다.

롯데라는 그룹명을 탄생시킨 것은 문학청년이었던 신 명예회장의 괴테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부분도 소개됐다. 일본에 건너가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던 중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서 영감을 받았다. 표지에 그려진 여주인공의 이름인 '샤롯데'에서 '샤'를 빼고 롯데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 괴테 동상이 세워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타운과 잠실 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이르기까지 신 명예회장이 보여줬던 사업가 면모도 차례로 담겨 있다. 그는 늘 '가족 모두가 함께 즐겁게 지낼 행복한 공간'을 꿈꿨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서울시내에서는 3~4층 이상의 빌딩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신 명예회장은 소공동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을 올려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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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반부에는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의 기획과 디자인, 공사 과정을 상세하게 풀어놨다. 특히 롯데월드타워는 1980년대부터 20여년 동안 변화해온 디자인 안들을 소개한다.

이 밖에도 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 마을, 바둑기사 조치훈과 프로 권투선수 홍수환 후원 등 이야기가 실리며 '인간 신격호'를 이해할 수 있는 개인적 일화들도 많다. 일화들에서는 신 명예회장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주된 정서로 관통하고 있다. 고국 출신의 스포츠인과 문화인을 후원하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해왔다는 얘기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귀화하지 않고 끝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했다.

롯데는 신격호 창업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음달 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흉상 제막과 기념관 개관 등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행사는 임직원 대표와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다. 지난해 1월 19일 별세한 신격호 창업주의 등본상 생년월일은 1922년 10월 4일이지만 실제 생일은 1921년 11월 3일이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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