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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폭로 후 사라진 펑솨이 사건, 점점 커지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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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급 인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5) 사건이 국제적인 외교 이슈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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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TN 기자가 "펑솨이의 최근 모습"이라며 올린 사진 중 일부. [사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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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펑솨이는 지난 2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중국 최고지도부(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일원이었던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수년에 걸쳐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펑솨이의 웨이보 계정이 폐쇄되고 중국 매체의 관련 보도가 뜸해지면서 이 의혹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국제 테니스계가 해당 폭로의 진위 여부와 펑솨이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스티브 사이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한국시간) "펑솨이를 비롯한 모든 여성의 말은 검열을 거치지 않고 들어야 할 가치가 있다"며 사건에 대한 조사를 중국 측에 촉구했다. 그는 또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중국과 관련된 사업에서 모두 철수할 것"이라며 중국 당국을 압박했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오사카 나오미(일본),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펑솨이의 안전을 우려하거나 관련 조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앞다퉈 내놨다. 특히 윌리엄스는 지난 19일 "나의 동료인 펑솨이의 소식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그가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며 이와 관련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UN 인권사무소와 미국 백악관까지 나서 중국의 인권 문제, 비밀 주의, 인터넷과 언론 통제 등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한국시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도 바이든 대통령의 뜻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은 올림픽과 관련한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일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상황을 알지 못하며, 외교와 무관한 내용"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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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TN이 "펑솨이가 사이먼 WTA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이라며 공개한 내용. [사진 트위터 캡처]



관영 영어 뉴스 채널인 CGTN이 지난 18일 공식 SNS 계정에 '펑솨이가 사이먼 WTA 투어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이라며 "성폭행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집에서 쉬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공개했지만, 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의혹이 더 커졌다. CGTN의 한 기자가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펑솨이의 최근 모습'이라며 올린 사진 3장도 촬영 시점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은 지난 20일 오전 자신의 SNS에 "펑솨이는 지난 며칠간 집에서 자유롭게 지냈고, 방해를 받기 싫어했다. 곧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에는 "펑솨이가 코치, 친구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확보했다"며 새로운 동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한 남자가 펑솨이에게 "내일이 11월 20일이지?"라고 묻자 옆에 앉은 다른 지인이 "21일"이라고 정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여전히 펑솨이의 잠적을 둘러싼 의문과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펑솨이가 직접 나타나 폭로 내용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그간의 행적을 공개하지 않는 한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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