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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 주재 ‘이방인’의 삶은... “은행 못 써 돈다발... 물·전기 공급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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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폴리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패널 문건 입수
한국일보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월식현상이 관측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월식 현상은 90% 정도의 부분 월식으로서 달이 지구 그늘에 최대로 가리워진 시간은 18시 3분경이라고 설명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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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체류했던 외교관 및 국제기구 요원들의 ‘북한 생활기’가 공개됐다. ‘세계 최고의 운둔 국가’라는 북한의 이명이 허언이 아님을 방증하듯 이들은 입을 모아 북한 당국의 통제를 꼬집었다. 유엔 및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기본적인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도 속출했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2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비밀 내부 문서를 발췌해 북한에 살고 있는 이방인의 생활상을 전했다. 이들이 일제히 지적한 것은 북한 당국의 통제다. 외교관 및 국제기구 파견자들은 대부분 북한 외교관이나 정부 관료들과의 교류와 북한 내 이동이 금지됐고, 핵시설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등 북한의 정치나 핵 관련 활동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얻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도적 지원 사업을 위한 일상적인 여행조차도 북한 정부가 보낸 수행원을 동반해야 했으며, 이에 따라 구호 요원이나 현지인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의 길도 막혔다고 FP는 전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도 북한 내 외국인의 삶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발레리 수키닌 전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2011년 9월 12일 유엔 안보리 사절단에 “은행 거래가 막혀 직원들 월급이나 생활 경비로 쓸 돈은 러시아 모스크바나 중국 베이징에서 현금 꾸러미로 들고 와야 했다”고 증언했다. 북한 주재 브라질 대사관이 전문가패널에 보낸 서한에는 브라질 은행(마이애미 지점)에서 북한 현지 은행 계좌로 직접 돈을 이체하지 못해 베이징에 있는 중국 은행을 통해 송금해야 했고, 중국 은행은 이체할 때마다 목적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본적 생필품 부족도 일상이었다. 시리아 대사관은 유엔에 시장에는 외국인이 먹을 만한 식료품이 없고, 소비재나 전기ㆍ전자제품 등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것은 훨씬 비쌌다고 밝혔다. 컴퓨터, 복사기 등 기본적인 사무기기 구입은 언감생심이다. 캐런 울스턴홈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는 2011년 당시 물과 전력 공급이 일정치 않아 영국, 독일, 스웨덴 대사관이 있는 외교단지는 발전기 한 대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쿠바와 몽골 대사관은 그마저도 발전기가 고장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각국은 지난해 초 북한이 국경 문을 닫자 평양 주재 공관을 잇따라 폐쇄하고 주재 외교관들을 철수시켰다. FP는 이 과정에서도 불편이 계속됐다고 러시아 외교관들을 인용해 전했다. 올해 2월 러시아 외교관들이 북한을 떠날 때 34시간에 걸쳐 기차와 버스로 국경까지 이동한 후, 철길 수레를 직접 밀며 여행을 마쳐야 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따르면 7월 기준 평양에 공관과 외교관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는 루마니아가 유일하다. 중국과 쿠바 등 북한의 우방국들은 아직 공관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고 NK뉴스는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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