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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펑솨이 폭로, 비밀주의 사로잡힌 중국 정계 민낯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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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엄격·절제 장가오리, 이제 비밀주의 중국 시스템 상징으로"

연합뉴스

'中 여성 테니스 스타 성폭행' 혐의받는 장가오리 전 부총리
(베이징 AFP=연합뉴스)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가 2015년 3월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전체회의 폐막식에 참석한 모습.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인 펑솨이는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중국 직전 최고지도부(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일원이었던 장 전 부총리가 2018년 은퇴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6)가 장가오리(張高麗·75)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중국 정계의 비밀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장 전 부총리는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권장하는 엄격함과 절제된 행보를 보여왔지만, 펑솨이의 폭로로 이제 비밀을 중요시하고 공개적인 설명을 억제하는 중국 정치 시스템의 상징이 됐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 전 부총리는 중국 공산당이 관료들에게 부여하는 엄격함과 절제, 충성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각종 스캔들과 논란에서 벗어나 있었고, 단조롭고 냉담한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언론에서 소개된 그의 성격은 '무뚝뚝함, 절제(low-key), 과묵함'이다. 관심사는 책, 테니스 등이다.

그러나 펑솨이의 미투 폭로 이후 그는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고, 중국 관료들이 내세웠던 청렴한 생활의 이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주드 블랑쉐는 장 전 부총리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열심히 키워온 평범한 당원 이미지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투명하고 가부장적인 체계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서 이런 식의 권한 남용은 드물지 않다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中 정부, '실종설' 펑솨이 첫 언급…"최근 공개행사 참석"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실종설에 휩싸였던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휠라 키즈 주니어 테니스 챌린저 결승전 개막식에 참석해 대형 테니스공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펑솨이 관련 질문에 "이것은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신도 그가 최근 공개 행사에 참석한 것을 봤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펑솨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셜미디어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1.11.22. leekm@yna.co.kr


NYT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임기 초반 관영매체를 통해 관료들의 성 비위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시 주석의 최우선 과제는 당 지도부의 부패 척결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한때 실종설이 나돌았던 펑솨이의 안전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중국 내에선 그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정부와 소셜미디어 기업은 펑솨이에 대한 언급을 엄격하게 검열하고 있다.

제도권 언론은 장 전 부총리를 보여주거나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고, 펑솨이의 주장에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펑솨이의 실종설에 대해 악의적이고 과장된 주장이라고 깎아내렸다.

중국 내 논의는 최소화하고 비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중국에서 오래 근무한 전 언론인 루이자 림은 "펑솨이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조차 그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실종설' 中 테니스 스타 펑솨이와 영상통화하는 IOC 위원장
(로잔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왼쪽)이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가오리(75·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한 뒤 실종설이 제기됐지만, 이날 IOC 성명을 통해 자신이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2021.11.23 [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nhknh@yna.co.kr


반면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은 중국에선 금지된 트위터에 펑솨이의 안전을 입증하기 위해 그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공산당에 반기를 든 인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는 전형적인 전개 방식이 이번에도 재현됐다고 전했다.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라진 후 공식 채널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는 수순을 밟는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압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2018년 이중계약에 의한 탈세 파문 후 사라졌던 인기 배우 판빙빙(范氷氷), 2017년 신장 지구에서 구금됐던 위구르 음악가 겸 시인 압둘라힘 헤이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선임연구원 야추 왕은 이를 중국 정부가 위협으로 보는 인물을 다룰 때 쓰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가 누군가의 행방이나 안전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중국은 '이봐, 괜찮잖아'라며 조작된 동영상을 공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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