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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상식 뒤엎는 작업물들…불친절함에 어색하거나, 새로운 상상력에 유쾌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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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가 카텔란·사진가 페라리의 ‘토일렛 페이퍼’ 전시

[경향신문]

경향신문

<TOILETPAPER: The Studio> 전시 풍경. 올댓아트 김지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원하게 볼일을 봤는데 화장지가 없다. 새삼 화장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술도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독립 매거진 ‘토일렛 페이퍼(toilet paper)’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매거진’이라는 세 글자를 사용하지만 사실 이 잡지는 이미지 북에 가깝다. 기사는 고사하고 사진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여기에 강렬한 색채를 뚫고 나오는 기괴한 모습에 다소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토일렛 페이퍼’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작가이자 베니스 비엔날레,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전시에서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광고 패션계의 사진작가로 활동한 피에르파올로 페라리가 2010년 창간한 잡지다. 1년에 2차례씩 발행하고 있지만 지면보다 활동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겐조, SK-II, 나이키, 디젤, MAC과 같은 다양한 브랜드의 국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산 펠레그리노 등 브랜드 제품 디자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유행을 선도해온 두 아티스트의 스튜디오가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자리잡았다. 이들은 거침없는 상상력과 독특한 미학으로 꾸며진 자신들의 스튜디오에 ‘TOILETPAPER: The Studio’ 전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붉은색 립스틱을 쥐고 있는 네 개의 손, 붉은색과 흰색, 파란색으로 칠해진 입구의 모습은 ‘TOILET PAPER’의 스튜디오 외관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철통 보안으로 지금까지 외부인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던 공간이라고 한다. 사무실 외에도 스튜디오의 거실과 주방, 정원 등의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립스틱이 그려진 소파, 기이한 총, 활짝 핀 장미, 유쾌한 디자인의 접시와 스케이트보드, 눈알을 물고 있는 남자, 개구리를 넣은 햄버거 등 아이코닉한 아이템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전 녹화된 CCTV 영상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일상도 관찰할 수 있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평소의 행동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들은 “상식과 관습을 뒤엎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토일렛 페이퍼의 작업은 우리의 감각을 환기시키고, 새로운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로의 열린 공간으로 이동시킨다”고 설명했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토일렛 페이퍼’에서 보았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2차원 평면이 아닌 가구, 패브릭, 테이블 위의 접시, 벽지 등에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작업들이다. 두 사람은 각각의 콘셉트와 상황에 따라 세트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비롯해 가구 및 골동품 전문가, 동물 조련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친 여러 사람들과 협업한다. 또 사랑, 탐욕, 죽음과 같은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주제에서 시작하지만 현장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예상치 못한 지점에 도달하기를 즐긴다. 그 결과물이 ‘TOILET PAPER’ 특유의 이미지로 완성되는 셈이다.

매거진과 마찬가지로 이 전시 역시 ‘텍스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입구에 적혀 있는 서문이 전부다. 일반적인 전시에 익숙한 관람객이라면 이와 같은 불친절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첫 공간을 마주하는 순간, 이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2022년 2월6일까지.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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