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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음악계 셰익스피어" 미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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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컴퍼니' 등 작사·곡…토니상 8회 수상 기록

"20세기 가장 존경받는 작사·작곡가", "뮤지컬 위상 높여"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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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손드하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김연숙 기자 =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이 26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91세.

손드하임의 친구이자 법률대리인인 F.리처드 파파스 변호사는 손드하임이 코네티컷주 록스베리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매니지먼트사 DKC/O&M의 릭 미라몬테스도 손드하임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손드하임은 전날까지만 해도 친지들과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즐겼다고 한다.

손드하임은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어쌔신', '스위니 토드', '컴퍼니'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작곡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는 프랭크 시내트라, 주디 콜린스 등 전설적인 가수들에 의해 수백 번이나 녹음됐다. 이 곡은 특히 '피겨 여왕' 김연아가 은퇴 무대인 소치 동계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배경음악으로 활용해 스포츠 팬들에게도 친숙한 곡이다.

그는 메이저 뮤지컬 작곡가로서, 가사까지 함께 직접 쓰는 몇 안 되는 음악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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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손드하임의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한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많은 극장 창작자들이 작곡가나 작사가를 전문으로 하는 반면, 손드하임은 작곡과 작사 양면에 모두 뛰어났다고 평했다.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도 매우 다양했다.

뮤지컬 '소야곡'(Little Night Songs)에서는 스웨덴의 예술 영화 감독 에른스트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들을 다뤘고, '태평양 서곡'(Pacific Overtures)에서는 일본의 개항을, '조지와 함께한 일요일 공원에서'는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의 인생을 담았다.

스위니 토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이발사가 연쇄 살인범으로 변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60년 이상 뮤지컬 업계에 종사하면서 손드하임은 그래미상 8개, 토니상 8개, 아카데미상 1개를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2015년에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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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유훈장 추서받는 손드하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손드하임은 10대 시절 인근 지역에 거주했던 저명한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과 친분을 쌓으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그는 해머스타인으로부터 "음악은 예술 그 자체를 풍성하게 하기 때문에 덮어쓰지 않는 게 핵심"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그 역시 훗날 훌륭한 가사를 쓰는 세 원칙으로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고, 내용이 형식을 결정하며, 신은 디테일에 있다"를 들었다.

NYT는 손드하임에 대해 "20세기 후반기 가장 존경받는, 영향력 있는 작곡·작사가였으며,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쇼를 만들어낸 무대 뒤 원동력"이라며 "미국 뮤지컬의 기준을 수립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도 고인에 대해 "종종 편안하고 모험적이지 않은 가족 오락거리로 여겨졌던 뮤지컬의 위상을 높였고, 복잡한 성인 관계를 탐구하는 데 활용했다"고 전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문화계에서는 애도가 이어졌다.

고인의 작품 '집시'와 '폴리스' 등에 출연했던 이멜다 스탠턴은 손드하임을 "음악계의 셰익스피어"라 부르며 추모했다.

스탠턴은 "그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만큼 오래 살아 숨쉴 것"이라며 "그는 사람과 감정적인 어려움, 우리 모두가 사랑이나 인정에 대해 갖고 있는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주목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캣츠' 등 세계 4대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는 "극장은 위대한 천재 중 한명을 잃었고, 세계는 가장 위대하고 독창적인 작가 중 한명을 잃었다"며 "안타깝게도 지금 거인이 하늘에 있다. 하지만 손드하임의 명석함은 그의 전설적인 노래와 쇼가 영원히 공연될 것이므로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d@yna.co.kr,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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