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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휴업한 곳이 별 달았다고?"…여전히 아리송한 미쉐린 식당 기준 [방영덕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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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5일 디지털 라이브로 진행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선정 발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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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덕의 디테일] 예전같지 않습니다. '암행어사' 출두처럼 냉정한 심판을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던 요리사들의 열기가 그렇습니다. 새롭게 별을 딴 식당의 음식을 기어코 맛봐야겠다는 사람들의 열기 역시 좀 사그라든 듯합니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얘깁니다.

'전 세계 미식가들의 성서'로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지난 25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선정 레스토랑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최고 영예인 별 3개를 획득한 식당은 2곳, 별 2개 식당은 7곳, 별 1개 식당은 24곳이 등재됐습니다.

이 중 새롭게 별을 획득한 식당이 7곳인데요. 뒷말이 들립니다. 7곳 중 한 곳인 한식당 '윤서울'이 현재 휴점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미쉐린 별 1개를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7월부터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미쉐린 심사단은 언제 시식을 하고 평가를 한 것일까요. 전 세계에서 2명씩 짝을 이뤄 최소 5~6차례 같은 식당을 방문한다는 그 '비밀요원'들의 평가 말입니다. 뒷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소 식당이 문 닫기 전인 7월 이전에 했다고 미쉐린 측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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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1스타를 받은 윤서울에 대해 "거침없는 한식의 매력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소개해뒀습니다.

그러나 내년 2월까지는 경험을 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윤서울은 내년 3월에서야 식당 문을 다시 열 계획이기 때문이죠. 미쉐린 가이드에 의거해 맛집 탐방을 하려고 했던 분들은 참고하셔야겠습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윤서울 식당의 휴업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내년도' 맛집으로 선정된 상황에서 (2022년부터 치면) 2개월만 휴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식당의 휴업 사실이 알려지고 이에 미쉐린 가이드 측이 대응하는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습니다.

별 한 개 따는 것조차 어렵다고 했습니다. 많은 셰프들의 꿈인 미쉐린 스타 3개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정도입니다. 휴업 중인 식당에까지 별을 준 이상, 별을 땄다가 잃은 식당들은 또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것일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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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별을 받았다가 그 별을 잃은 식당은 올해 총 6곳입니다. 폐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탈락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영업 중인 식당에서 특별히 왜 별을 잃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답은, 그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들을 순 없었습니다.

분명 미쉐린 그들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흔히 미쉐린 스타는 접시 안에 있다고 하죠.

미쉐린코리아가 밝힌 평가 기준은 크게 5가지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요리재료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인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일관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이 그것입니다.

올해 별을 잃은 식당들은 이 같은 평가기준에 미치지 못해 재심사 결과 별을 잃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미쉐린 가이드의 원론적인 기준 제시에 따른 저의 유추일 뿐입니다.

실제 어떤 평가원(인스펙터)들이 어떻게 평가를 수행했고, 어떤 식의 평가를 내렸는지는 확인할 길이 전혀 없는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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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미쉐린 가이드 공식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린 마켓컬리. 지난 25일 이뤄진 시상식에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가 축하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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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미쉐린 가이드 평가 기준은 공정성 논란을 야기합니다. 이미 몇 번의 의혹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주장하던 과거 정부로부터 후원을 받아 한식당에 가산점을 부여했다는 의혹이나 아예 돈을 주면 별을 달 수 있다는 의혹까지. 올해는 휴업을 한 식당에 별을 달아 준 사례까지 덧붙여졌네요.

참, 올해 미쉐린 가이드는 처음으로 정부 후원 없이 나온 가이드입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 진출할 때 해당 국가 정부 또는 기업과 지원 계약을 맺는데, 한국관광공사와 맺은 5년간의 계약기간이 지난해로 끝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미쉐린 시상식 내내 전광판을 장식한 여러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된 기업들의 로고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공식 후원사들입니다.

올해 새롭게 미쉐린 공식 파트너사에 이름을 올린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아예 축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보냈습니다.

정부의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후원 기업들의 입김에 좌우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는 그저 기우이길 바랍니다. 코로나 사태 속 어렵게 버텨온 셰프들에게 힘이 되고, 미식가들의 탐험을 돕는 역할에 미쉐린 가이드가 더욱 충실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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