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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황교익 “한국 치킨 맛없다고 하는 건 직업적 책무… 욕 멈춰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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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쇼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조선일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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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계‧치킨은 맛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멈춰줄 것을 호소했다.

황씨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치킨은 육계로 튀긴다. 한국 육계는 너무 작게 키워 맛이 없다. 농진청이 연구한 결과에도 우리가 먹는 작은 육계는 맛없다고 적혀 있다. 그러니 작은 육계로 튀긴 치킨도 맛이 없다”라며 “물론 작은 육계로 튀긴 치킨도 나름대로 맛있다. 튀김이니까. 튀김옷의 바싹함과 기름내, 그 위에 덧발라진 양념에 의해 입에 착착 붙는다. 튀김옷 안의 닭고기살은 농진청의 연구 결과와 무관하게 그 맛이 어떤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황씨는 “혼란스럽다. 그러면 대체 치킨이 맛있는 것일까, 맛없는 것일까. 맛은 개취(개인취향)다. 내 입에 맛있는 게 타인에겐 맛이 없을 수도 있다”라며 “마찬가지로 한국의 치킨 맛이 어떤지는 개취의 영역이다. 부실한 재료 때문에 맛없다고 말할 수도 있고, 부실한 재료에도 불구하고 맛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맛있다는 사람을 비난해도 안 되고, 맛없다는 사람을 비난해도 안 된다”라고 했다.

이어 “저는 10년 가까이 한국 치킨이 맛없다고 말해왔다. 맛 칼럼니스트로서, 부실한 재료로 조리되는 음식을 맛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작은 닭으로 튀긴 치킨을 비싸게 먹어야 하는 문제를 고발해야 하는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직업적 책무가 더해져 있었다”라며 “치킨이 맛없다는 제게 육계-치킨 자본 연맹과 이를 추종하는 언론 및 네티즌은 제게 무차별의 인신공격을 했다. 치킨 폄훼다, 한국인 모독이다, 매국노다 등 별별 욕을 다 했다. 애국의 완장을 차고 칼을 휘둘렀다. 그 종합판이 대한양계협회의 성명이다. 음식문화판 사람들은 그들이 무서워 입을 닫고 있었다”라고 했다.

황씨는 “저는 일상의 파쇼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타깃을 정하고 떼거지로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건 치킨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의 파쇼 문제임을 깨달았다”라며 “당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당신과 그 어떤 것에 대한 취향이 다르다고, 당신과 종교가 다르다고,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다르다고, 욕하지 마시라. 떼를 지어 타깃을 정하여 욕하는 짓을 멈추시라.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란다. 시민 의식도 선진국 국민다웠으면 한다”라고 했다.

그는 곧이어 올린 또 다른 글을 통해서는 “출연과 강연 등의 섭외가 오면 저는 이 말부터 한다. ‘좌표를 찍어 떼거지로 몰려와 악성 댓글을 달 것이다. 전화를 해댈 것이다. 버틸 자신 없으면 하지 마시라’”라며 “(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전화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한다. 내용은 없다. 제 욕을 한바가지 하고 끊는다”라고 했다.

황씨는 “그렇게 좌표 찍힌 삶을 5년 살았다. 같이 욕을 먹으며 버티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고맙다”라고 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는 22일과 24일 두 차례 성명을 통해 황씨 주장을 비판했다.

양계협회는 “국내산 닭 폄훼 발언으로 닭고기 산업에 종사하는 농가 및 관련업계에 공분을 사고 있는 황교익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우리의 분노를 더욱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라며 “잘못된 발언으로 닭고기 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라고 했다.

양계협회는 “황교익이 지금까지 써온 글들을 보면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로 도배되어 있으며, 이는 정신병자이거나 매국노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며 “황교익은 국내 상당 부분의 음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나라가 망하든 산업이 망하든 아랑곳없이 이를 즐기고 있다”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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